김정은·푸틴의 非正常 회담
한반도 주변의 국제정치가 괴이(怪異)하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다. 9월 13일 김정은과 푸틴이 러시아의 로켓 발사 기지가 있는 보스토치니에서 만났다. 시속 60㎞정도의 속도밖에 낼 수 없다는 김정은의 방탄 열차가 느린 속도로 수십 시간을 달려야 갈 수 있는 거리였다. 물론 김정은과 푸틴이 만날 장소는 비밀에 부쳐졌기 때문에 각국의 언론들은 정말 만날 장소가 어딘지도 몰랐다. 수십 시간 달려간 김정은은 푸틴을 약 40분 정도 만났다고 한다.
정상회담이라고 말하지만 아무런 문서도 발표되지 않았고 합의 내용이 무엇인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허덕이는 러시아가 북한으로부터 포탄을 구입하기 위한 만남이었고,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을 제공하는 대가로 러시아의 핵 미사일 혹은 핵잠수함 기술을 반대급부로 얻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국가들 간의 정상회담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있는 국제정치학자로서 푸틴-김정은의 회담은 정상(頂上)회담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도 비정상(非正常)적이다.
우선 두 나라의 정상인 김정은과 푸틴은 국제사회로부터 양아치 혹은 깡패라고 경멸당하는 인물들이다. 푸틴은 러시아를 과거 소련 수준의 초강대국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왔는지 모르지만, 약소국 우크라이나와 싸울 포탄조차 부족한 허약한 나라라는 사실을 온 천하에 노정했다. GDP 기준 러시아의 경제력은 현재 대한민국보다 약하다. 세계은행 자료에 의하면 2022년 대한민국의 GDP는 1조6300억 달러로 세계 10위, 같은 해 러시아의 GDP는 1조4800억 달러로 세계 11위 였다. 러시아의 경제력은 한국보다 1500억 달러 적다. 북한의 GDP는 한국의 1/58이니 약 280억 달러에 불과하다. 두 나라 GDP를 합쳐도 대한민국보다 적다. 거지 수준의 나라를 이끌고 있는 두 지도자들이 각각 20억 원짜리 독일제 자동차, 1700억 원짜리 러시아제 전용차를 뽐내고 있었다. 하도 비정상인 것들이 많으니 질문만 해보도록 하자.
북한의 재래식 포탄 몇 발과 러시아의 핵 미사일 및 잠수함 기술이 어떤 비율 혹은 기준으로 교환될 수 있다는 것일까? 더욱 중요한 질문은 러시아제 잠수함은 안정성과 전투 성능에서 믿을 수 있는 수준의 물건일까? 북한은 수백만 발 이상의 포탄을 단기간에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가? 미국은 러시아-북한 회담에 분노했고 대가를 지불케 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회담 이틀 후, 푸틴은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전 참전 가능성은 없으며, 자신은 한반도 관련 어떤 합의도 위반하지 않을 것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비정상 외교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