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망치·불도저로 교회 부수는 쿠바 정부...핍박에도 기독교인 더 늘어

1965년 피델 카스트로가 공산주의 정부 수립한뒤 종교 몰아내겠다 맹세 쿠바 정부, 경고도 없이 교회 급습하는 경우 많아...성도들은 계속 증가해 복음이 점점 더 퍼져가면서 기독교 겨냥한 정부 감시·감독도 날로 심해져 “핍박이 사라지길 구하지 않는다. 변함없이 신실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

2023-09-13     곽성규 기자
쿠바의 한 교회 목회자와 선도들의 공산주의 정부 당국자들이 보낸 철거반원들에 의해 교회 건물이 파괴되고 지붕만 남은 현장에서 함께 예배드리고 있다. /한국VOM

공산주의 국가인 쿠바에서 정부가 쇠망치와 불도저로 교회를 부수고 허무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독교인의 숫자는 날로 더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13일 한국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한국VOM)에 따르면 지난 2020년 3 월 10일 쇠망치를 든 남자들이 무리를 쿠바의 한 교회에 나타나 건물과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허물기 시작했다. 교회에 사람들이 없을 시간에 몰래 나타난 이들은 당시 10kg이 넘는 쇠망치로 교회 건물을 부수기 시작했다.

당시 사태를 알아차린 담임 목사와 교회 지도자들이 현장에 달려와 교회 지붕이 무너지기 일보 직전 가까스로 정부의 철거대원들을 막아냈다. 담임 목사는 “수년 동안 희생한 끝에 지을 수 있었던 소박한 교회가 억울하게 허물어져 버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재 쿠바에서는 정부 당국이 경고도 없이 교회를 급습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1965년, 쿠바 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가 무신론 공산주의 정부를 수립한 뒤 쿠바에서 종교를 몰아내겠다고 맹세했다. 그러나 쿠바 교회 지도자들에 따르면, 그와 정반대되는 일이 일어났다. 카스트로의 선언 이후 60여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쿠바에는 기독교인들이 많이 남아 있다.

쿠바 교회 지도자는 “쿠바의 수많은 학교와 비밀 감옥과 집단, 그리고 모든 지방 자치 당국에도 기독교인들이 있다. 동서남북, 쿠바 어디에나 복음이 가득 차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바에서 복음이 점점 더 퍼져가면서 기독교를 겨냥한 정부의 감시와 감독도 날로 심해지고 있다. 

지난 2021년, 17년간 함께 예배를 드려온 파우스티노 목사와 교인 100명도 정부의 탄압에 직면했다. 정부가 불도저를 보내 이들의 교회 건물을 완전히 밀어버린 것. 

교회 성도들의 건물은 그렇게 파괴됐음에도 정부가 결정을 바꿔주길 바라며 교회 건물이 있던 자리에 임시 지붕을 세우고 그 아래에서 매일 모임을 지속했다. 정부 공안 경찰들이 매일같이 이들과 대립각을 세우며 그 자리를 떠나라고 압박했지만, 성도들은 식량 부족으로 쌀겨로 겨우 연명하면서도 신실함을 잃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VOM에 따르면 이보다 더 큰 탄압에 직면한 쿠바의 목회자들도 있다. 이들 중 2명은 1년 넘게 수감된 상태이고, 1명은 고문을 당하며 '반혁명 범죄자' 취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쇠망치나 불도저, 목회자의 투옥을 통해 쿠바 교회를 말살하려는 공산당의 노력은 계속 실패하고 있다.

쿠바의 성도들은 교회 건물이 허물어져도 그 장소에 계속 모여 예배를 드리고 교제를 나누고 있다. 그들은 현관이나 부엌, 들판이나 나무 아래에서도 만나며 깨끗이 청소된 돼지우리에서 세례를 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도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남편을 잃고 혼자 10대 자녀 둘을 키우고 있는 쿠바의 한 여성 목회자는 교회 활동을 중단하라고 수시로 압력을 넣던 정부 당국자들에게 담대히 맞섰다. 그녀는 자신이 무슨 법을 어겼는지 제시해 보라고 당국자들에게 요구했고, 당국자들은 구체적인 법을 제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여성은 사역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쿠바 목사는 유엔 고위 관계자로부터 쿠바 기독교인을 대신해 교황, 미국 대통령 등에게 이 사태에 대해 전해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우리는 교황이나 미국 대통령 등에게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우리는 핍박이 사라지길 구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가 변함없이 신실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길 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