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대북 정제유 공급 대폭 확대…김정은 방러 사전 작업

2023-09-13     한대의 기자
북한 김정은이 12일 새벽 러시아 국경도시 하산에 도착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13일 보도했다. 사진은 전용열차가 하산역구내로 들어선 이후 김정은이 러시아 명예위병대 사열을 받는 모습. /연합

북한 김정은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 13일 열린 가운데 러시아가 김정은의 방러를 위해 원유 공급을 과거와 달리 5배나 늘렸다는 정황이 포착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북한의 탄약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13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11일 홈페이지에 러시아의 지난 5~7월 대북 정제유 수출 현황을 공개했다.

5월엔 2593배럴, 6월엔 2305배럴이었던 정제유 공급량은 7월엔 전달의 5배에 가까운 1만933배럴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러시아의 1~7월 대북 정제유 공급량은 7만9904배럴로 여기에 중국의 1~5월 대북 정제유 공급량을 더하면 올해 총 17만3694배럴의 정제유가 북한에 공급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엔 안보리가 정한 연간 대북 정제유 반입 상한선의 35% 수준이다.

러시아는 지난해 12월 2년5개월 만에 대북 정제유 수출을 재개하며 이듬해 1월 4만4000배럴을 공급했는데, 2월엔 1만배럴, 3월엔 5000배럴, 4월엔 3600배럴, 5월엔 2593배럴, 6월엔 2305배럴로 점차 공급량을 줄였다. 하지만 7월에 다시 1만933배럴로 공급량을 늘렸다.

유엔 안보리는 2017년 결의 2397호를 통해 1년간 북한에 공급할 수 있는 정제유를 총 50만배럴로 제한하고, 북한에 정제유를 공급한 나라들은 매월 30일까지 전달 대북 공급량을 보고하도록 했다. 다만 중국은 지난 7월 1~5월 정제유 수출량은 보고했지만 6, 7월 공급량은 현재까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이 지난 7월 북한의 ‘전승절’(6.25전쟁 정전협정체결일)을 맞아 평양을 방문, 양국 간 밀착 관계 강화를 위해 김정은을 만난 데 대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수세에 몰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러시아의 정제유 지원에 대해 김정은의 방러를 위한 지원 확대라는 분석은 물론, 러시아가 이번 북러 회담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탄약 확보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