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국의 컬처 & 라이프] 연예인의 소신발언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 첫날, 밴드 자우림의 김윤아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디스토피아가 연상된다는 ‘소신 발언’을 해서 화제다. 네티즌들은 원전 사고 이후 오사카에서 청어 요리를 맛있게 먹었던 그녀의 전력을 들춰내며 ‘선택적 지옥론’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모든 소란 가운데서도 일본 앞바다 삼중수소는 예상대로 기준치를 한참 밑돌고 있다.
연예인 입장에서 소신 발언은 돈 안드는 트위터 몇 줄로 대중의 관심도 얻고, 잘하면 ‘개념 연예인’도 되는 남는 장사다. 그러나 진정한 소신은 행동과 실천이 따를 때 빛을 발한다. 팝스타 올리비아 뉴튼 존은 1978년 돌고래들의 안전을 고려하지 않은 참치 그물에 항의하며 일본 순회공연 일정을 취소했다. 천문학적 수익을 포기하고 생명 존중 메시지를 택한 셈이다. 90년대부터 암으로 고생했던 그녀는 2008년 자신의 이름을 딴 암 연구소에 거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지난해 그녀가 타계하자 호주 부총리는 "우리의 여왕이 세상을 떠났다"며 애도했다.
소신 발언에 품격까지 갖춘 모범 사례도 있다. "거짓말이 흔한 세상에 정직은 정말 외로운 단어"라고 노래한 빌리 조엘의 ‘어니스티’(Honesty·1979)는 워터게이트 도청을 사실 무근이라 잡아떼다 임기중 사임한 닉슨 대통령을 풍자한 곡으로 알려졌다. 한 편의 아름다운 시와 같은 그의 가사 앞에, 원색적 욕설에 여성 외모 비하가 난무하는 ‘K-정치가요’는 초라하기만 하다.
2020년 77회 골든 글러브 시상식에서 사회자 릭키 제바이스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연예인들은 누굴 가르치려 들지말라"고 일갈했다. 그렇다고 연예인들이 아무말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배우 김규리(김민선)의 ‘광우병 청산가리’처럼 오래도록 희화화되는 것을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