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른 남과 북의 스포츠
스포츠 관람에 있어 남북한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국제 경기에는 관심이 높으나 국내 경기에는 관심이 적은 것이다. 국내 기업팀이나 대학팀 등이 하는 경기는 관람석이 썰렁하다. 텔레비전에서 방송하는 국내 경기도 스포츠인들이나 애호가들이 많이 본다. 일반인은 국제 경기, 그것도 축구를 주로 본다. 북한에서는 탁구·배구·농구 등을 주로 보는데, 북한 팀이 국제경기에서 우승할 가능성이 보일 때만 시청률이 높다.
남한에서는 한국팀이 이기든 지든 개의치 않고 생방송을 많이 한다. 북한은 국제 경기에서 자기들이 지는 경기를 잘 보여주지 않는다. 적어도 비겨야 보여준다. 그래서 중요한 국제 경기는 대체로 녹화방송이다. 특히 남한과 미국·일본 등과의 경기는 이기는 것만 보여준다. 스포츠가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되는 것이다.
스포츠가 정치용으로 간주되어 그런지 종목도 다양하지 못하다. 특히 야구는 남한에선 인기가 대단하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다. 야구가 자본주의 나라의 대표적 스포츠라고 여겨 장려하지 않은 것이다. 필자는 남한에 온 지 십수 년 됐으나 아직도 야구를 볼 줄 모른다. 품을 놓고 누군가에게 붙어 배우지 않고는 저절로 알아질 것 같지 않다.
배드민턴·볼링·족구·정구 등도 남한에선 대중스포츠가 되어 있는데, 북한 사람들은 그게 어떤 스포츠인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
남한에서 듣는 스포츠 용어도 낯선 것이 많다. 온통 영어로만 되어 있어 무슨 말인지 알아듣기 어렵다. 한때 북한에서 뛰던 축구선수 정대세가 K리그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K리그가 무엇인지 몰라 다른 이에게 물어서 알았다. 무슨 그라운드니 풋볼이니 모를 말이 너무 많아 경기 관람이 어렵다.
북한에선 배구의 네트터치는 그물 다치기, 페인트는 살짝공이다. 농구의 리바운드는 튄공잡기, 인터셉트는 공빼앗기다. 축구에서 핸들링은 손다치기, 코너킥은 구석차기, 오프사이드는 공격어김, 패널티킥은 11미터 벌차기다.
남북의 스포츠 문화가 보이는 이러한 차이는 다른 체제, 대외 개방 수준, 경제력 차이가 낳은 결과일 것이다. 이런 차이를 극복하고 문화의 통일로 다가가기 위해서라도 남북간 문화교류가 절실하다. 하지만 스포츠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북한당국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니 기대를 접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