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일국의 컬처 & 라이프] ‘인어공주’ ‘터미네이터’와 PC주의
최근 대중문화를 압도하는 키워드는 사회적 소수자나 유색인종을 전면에 내세우는 이른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 PC)일 것이다.
지난 5월 국내 개봉한 디즈니의 ‘인어공주’실사판에는 흑인 인어공주가 등장했다. 2019년작 ‘터미네이터: 다크페이트’는 백인 소년 존 코너(에드워드 펄롱)를 초반에 퇴장시키고 히스패닉계 여주인공을 내세웠다. 다양성 존중 같은 선의(善意)에도 불구하고, 두 작품은 흥행에 실패했다. 디즈니는 다양성 부서의 책임자가 사임했고, ‘터미네이터’는 차기작이 무산되면서 스토리가 더욱 꼬여버렸다.
일각에선 PC 영화들의 흥행부진이 높은 편견의 벽 탓이라지만, 생소한 무언가를 설교하는 듯한 구성에 적잖은 관객이 거부감을 느낀 것도 사실이다. 주연배우들의 역량 부족도 컸다. ‘인어공주’의 할리 베일리와 ‘터미네이터’의 여전사를 연기한 나탈리아 레이스는 2시간 넘는 상영시간 동안 그 많은 대사와 연기로도 관객을 납득시키지 못했다. 그렇다면 이는 첫 인상에 불과한 외모보다 연기력 문제다. 결국 두 영화는 ‘스파이더맨’의 대사처럼 ‘큰 파격에는 큰 연기력이 필요하다’는 교훈을 남기고 박스 오피스에서 일찍 하차했다.
학문이나 예술은 기존 관습에 도전하며 발전해왔다. 저 유명한 ‘서당도’를 그린 김홍도는 점잖은 산수화를 그리던 당대 선비들에게 멸시당했다. 갈릴레이의 지동설은 당대 사회에 대한 목숨을 건 도발이었다. 그러나 진실과 감동이 담긴 그들의 유산은 후대에 재평가 받았다. 영화·드라마·소설 심지어 온라인 게임에까지 광범위하게 퍼진 PC 성향 콘텐츠들이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