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노인의 아스피린 장복은 ‘독’...뇌졸중 못막고 뇌출혈 위험 높여
‘베이비 아스피린’으로 불리는 저용량 아스피린(100mg)을 매일 복용하는 것이 알려진 것과 달리 건강한 노인에게는 뇌졸중 예방효과가 거의 없고, 오히려 뇌출혈 위험만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모나시대학의 제프리 클라우드 신경과학 교수와 미국 웨이크포레스트대학 제프 윌리엄슨 노인의학 교수 공동연구팀은 최근 미국의사협회 저널인 ‘네트워크 오픈’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연구팀은 건강한 노인에게 미치는 베이비 아스피린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심혈관 질환이 없는 65세 이상 노인 1만9114명(평균연령 74세, 여성 56.4%)을 대상으로 임상시험(ASPREE)을 진행했다. 실험대상 노인을 무작위로 나눠 실험군 9525명에게는 저용량 아스피린을, 대조군 9589명에게는 위약(placebo)을 4∼5년 동안 투여했다.
그 결과, 뇌혈관이 막혀 발생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 발생률은 아스피린 그룹이 1.5%, 대조군이 1.7%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뇌내출혈 발생률은 아스피린 그룹이 1.1%(108명), 대조군이 0.8%(79명)로 아스피린 그룹이 대조군보다 무려 38%나 높았다. 뇌혈관이 파열돼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 발생률도 아스피린 그룹이 0.5%(49명)로 대조군의 0.4%(37명)보다 높았다.
이 같은 결과는 저용량 아스피린의 장기 복용이 뇌경색 위험을 낮추는 효과는 거의 없으면서 뇌내출혈 위험을 상당히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오래전부터 중년 또는 노년기에 들어서면 뇌졸중 또는 심근경색으로 이어질 수 있는 혈전 위험을 줄이기 위해 베이비 아스피린의 복용이 권장돼왔다. 아스피린은 출혈 때 혈액을 응고하는 기능을 지닌 혈소판의 응집을 억제해 혈전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지만 위장 또는 뇌출혈 같은 내출혈 위험이 높아지는 부작용이 있다. 그래도 실보다는 득이 크다고 사람들은 믿어왔다.
하지만 미국심장협회(AHA)와 미국심장학회(ACC)는 최초의 심근경색이나 뇌경색 예방 목적으로는 아스피린 사용을 피하고, 이전에 심근경색, 뇌졸중을 겪었거나 개심술을 받은 일이 있는 사람만 재발 예방 목적으로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AHA의 임상과학 담당 최고 책임자인 미첼 엘킨드 박사는 "이번 임상시험 결과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했지만 AHA를 비롯해 전문 학회들은 연령과 관계없이 모든 사람이 심혈관 질환의 1차 예방 목적으로 아스피린을 사용하지 말도록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령대가 40~70세이면서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위험이 매우 높고, 아스피린에 의한 내출혈 위험이 낮은 사람은 예외일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예를 들어 매우 강한 심혈관 질환 가족력이 있거나 관상동맥 칼슘 수치가 높아 동맥경화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 이에 해당한다고 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