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의 진짜 실력

2023-07-17     이춘근 국제정치학자
이춘근

북한은 암(暗)상자와 같은 나라다. 하도 캄캄해서 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도무지 알 길이 없다. 김정은이 아픈지 건강한지, 왜 갑자기 김여정이 남조선 칭호를 대한민국으로 바꾸었는지, 진짜 북한의 군사력은 대단한 것인지 아닌지, 모든 것이 오리무중이다. 다만 확실한 것은 북한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적화통일시키려는 확고부동의 목표를 가지고, 1948년 이래 일관성 있는 대남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7월 12일 북한이 화성 18호라는 대륙간 탄도탄을 발사했다. 고각도로 발사해서 6000㎞ 우주 상공으로 치솟아 올랐다가 동해의 일본 섬인 오쿠시리 섬 부근에 탄착했다고 한다. 탄착지점은 발사지점에서 1000㎞ 떨어진 곳이었으며 비행시간은 74분이었다. 정상적인 궤도로 발사했다면 사정거리가 1만3000㎞에 이르는 것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에 둘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북한은 이제 미국과 사실상의 전쟁 억제 상태에 돌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미국 전역을 핵 공격할 수 있으니 북한은 마음놓고 한국을 두들겨 팰 수 있게 된 것이다. 김일성이 아직 살아 있을 때 김정일은 ‘아버지 대에 조국 통일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만 조국 통일 전쟁을 주도적으로 행할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정일의 이같은 언급은, 미국 본토를 핵 공격할 수 있게 되는 날 미국은 적어도 자국의 대 도시 하나를 포기할 각오가 없는 한, 대한민국을 도와줄 수 없게 된다는 핵전략 이론을 정확히 이해하고 한 말이다.

그런데 정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미국의 도시를 날려 버릴 수 있을 정도가 됐는가? 아마도 이 질문에 정확한 대답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보유한 나라는 북한과 미국뿐일 것이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의 실상을 가장 잘 아는 나라일 것이다. 사실 북한이 미사일 개발 초기 단계에 보유하고 있었던 노동미사일, 대포동미사일 등은 미국이 명명한 미사일일 정도로 미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달사를 초기부터 소상하게 알고 있었다.

노동미사일은 노동자를 상징하는 미사일이 아니라 미국이 노동(蘆洞)이라는 지역에서 발견한 것이며 대포동 미사일 역시 미국의 정찰 자산이 대포동(大浦洞)이라는 곳에서 발견한 것이다. 다행스러운 일은 미국의 미사일 전문가 로버트 수퍼(Robert Soofer) 박사가 이번 발사된 화성 18호를 실제 핵탄두를 장착할 수 없는 깡통 미사일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미사일 능력을 과장하지 말자. 물론 전략은 비관론에 근거해서 수립돼야 하는 것이라는 사실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