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반간첩법’ 공포, 지옥의 6년
중국에서 2014년 제정된 ‘반간첩법’이 2023년 4월 개정,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가 더욱 확대됐다. ‘국가 안전과 이익에 관한 문서·데이터·자료·물품 등 산업 비밀을 도난하거나 제공하는 행위 및 사이버 첩보 행위’가 모두 대상이 된다. 이에 국제사회에서는 간첩 행위에 대한 정의가 애매하고 자의적으로 운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반간첩법이 개정되기 전에도 중국에서 활동하는 일본인이 구속되는 사례는 종종 있었다. 2015년 이후 2023년 6월까지 적어도 17명 구속됐다. 비공개로 진행된 재판에서 그중 9명이 실형 판결을 받아 교도소에서 복역했다. 반간첩법의 최고형은 사형이다. 결과적으로 구속된 17명 중 1명은 복역 중 사망했고, 11명만 형기 만료 등으로 일본에 귀국했다.
구속된 일본인 가운데 스즈키 에이지(鈴木英司) 교수가 있다. 그는 영문도 모르는 채 갑자기 구속되어 2016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6년 3개월 동안 감옥 생활을 했다. 스즈키 교수는 중국에 있는 4개 대학에서 강의하면서 30년 이상 일·중 우호에 노력해 온 사람이다.
2016년 7월 15일 스즈키 교수는 주중 일본대사관 앞 호텔에서 지인과 점심을 먹은 후 택시를 타고 베이징공항 제3터미널에 도착했다. 그런데 차에서 내리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5~6명의 남자들이 강제로 그를 다른 차에 태웠다. 안대로 눈을 가린 채 1시간 정도 이동해서 도착한 곳은 오래된 호텔 방. 그는 그곳에서 7개월 동안 감금 당했다. 이후 베이징 국가안전국 구치소로 이송, 2019년 5월 21일 유죄 판결을 받았다.
판결문에는 ‘중국 외교관으로부터 중·조(북한) 관계에 대해 자세히 알려고 했다’고 쓰여 있었다. 중국 외교관이 다른 이유로 도청을 당하고 있었는데, 그와 대화를 나눈 스즈키 교수도 체포된 것이다. 실제 대화 내용을 들어 보면 "장성택은 살해됐는가?"라고 질문했을 뿐이었다. 중국은 시진핑 체제가 되면서 안전부 권한이 강화되고 있으며 밀고(密告)를 장려하고 있다. 안전부는 특히 외교관을 극도로 경계하고 감시하고 있다. 언제 누가 잡혀갈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다.
감옥에서 ‘지옥의 6년’을 보낸 스즈키 교수는 2022년 11월 30일 외국특파원협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억울한 옥중 생활에 대해서 자세히 밝혔다. 그 자리에서 스즈키 교수는 이런 경고를 했다. ‘연구 활동이나 비즈니스 등으로 중국에 갈 경우 혼자 외출은 금물이다. 항상 언행을 조심하고 사진도 찍지 말아야 한다. 데모나 집회를 피하고, 다른 사람의 소포나 편지도 맡아두지 말아야 한다. 특히 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 개정 강화된 반간첩법으로 인해 이제 중국에서는 일반인 누구나 체포의 대상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