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이익 위해 ‘말바꾸기’ ‘발언왜곡’...홍준표에 기독교계 ‘분노’
2017년 대선땐 교회지지 얻으려 反이슬람...2023년 ‘돈’ 때문에 親이슬람 선회 대구퀴어축제 허가했다 논란 일자...“나도 반대합니다” 뒤늦은 입장변경과 해명 페이스북에 “대기총, 이슬람 반대 안한다” 썼지만...확인 결과 사실과 다른 왜곡
홍준표 대구시장이 연일 기독교계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 최근 기독교 관련 이슈들에 대해 홍 시장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말바꾸기’를 일삼고, 상대방의 말을 자신이 유리한대로 해석하는 ‘발언왜곡’까지 하는 등 그 행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교회 원하는 정책 100% 수용하겠다”던 전 대선후보의 변절에 교계 ‘배신감’
지난달 30일 홍준표 대구시장은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대구가 글로벌 대구가 돼야 한다. ‘세계 속의 대구’를 하려면 이슬람 사원뿐 아니라 힌두교 사원도 들어와야 한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는 기독교계에 대해 “일부 종교 세력”이라고 표현하며 폄훼하는 발언을 해 기독교계에 큰 충격을 줬다.
특히 기독교계가 홍 시장의 이같은 발언에 큰 배신감을 느낀 것은 그가 지난 2017년 대선 당시까지만 해도 한국교회로부터 이슬람과 동성애를 막아낼 대통령 후보로 인정받은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전광훈 목사 등이 참여했던 기독자유당은 고심 끝에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통령 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하고 기자회견을 연 바 있다.
당시 동성애‧이슬람‧차별금지법 반대를 창당의 핵심가치로 삼았던 기독자유당은 “홍준표 후보만 당론과 관계없이 한국교회가 원하는 정책을 100%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지지 사유를 밝혔었다.
홍 시장은 2018년 자유한국당 대표로 있던 시절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층을 ‘문슬람’이라고 여러 번 지칭하기도 했다. 이슬람 교인 중 일부가 과격한 테러의 가담하는 것에 빗대어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과격성을 표현한 것이다. 때문에 당시 이슬람에 대한 비하 표현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그랬던 홍 시장이 지금은 이슬람을 ‘글로벌 대구를 위해 받아 들여야 할 존재’라고 인정하며 입장을 180도 바꾼 것. 물론 대구시장으로서 투자 등의 유치를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볼 수도 있으나, 결국은 ‘돈’ 때문인 것이다.
홍 시장이 입버릇처럼 자주 말하는 ‘두바이’는 대표적인 이슬람 국가의 도시다. 두바이가 속한 아랍에미리트는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다소 자유롭고 개방적인 면이 없진 않지만, 엄연히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를 시행하고 있는 이슬람 국가다. 최근 홍 시장이 출장을 다녀온 두바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모두 이슬람 교세가 강한 국가들이다. 결국 이 국가들로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이들 국가의 종교인 ‘이슬람’을 받아들이겠다는 계산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무엇보다 대구시장으로서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입장 선회이며, 오랜기간 자신을 지지해 준 한국교회와 대한민국 기독교인들에 대해 순식간에 안면을 바꾼 파렴치한 행위란 비판을 비하기 어렵게 됐다.
홍 시장은 이슬람 뿐 아니라 한국교회가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는 ‘동성애 퀴어축제’에 대해서도 입장 바꾸기를 했다. 앞서 홍 시장은 오는 17일로 예정된 대구퀴어축제(제15회 동성로 퀴어축제)를 대구시장으로서 허가했었으나, 논란이 일자 지난 8일 페이스북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잘못된 성문화를 심어줄 수 있는 퀴어 축제를 나도 반대합니다”라며 뒤늦게 입장을 바꾼뒤 해명을 했다. 이는 서울시에서 올해 계획된 퀴어축제가 사전에 불허되었던 것과 대조된다.
◇“특정 사이비 기독교세력 대구에서 추방” 주장하는 홍 시장에 ‘주민소환’ 움직임
이같은 행보에 대해 한국교회의 비판과 지적이 쏟아지자 홍 시장은 대구지역 기독교단체의 발언을 자신에게 유리한 대로 해석해 왜곡하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홍 시장은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이슬람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연락 왔다”며 “이슬람만 안 된다는 것은 기독교 정신에 반하는 사이비 기독교인들이나 할 짓” “이슬람 포비아를 터무니 없이 만드는 특정 사이비 기독교 세력은 대구에서 추방해야 한다” 등 강경한 발언들을 다시 적어냈다.
하지만 홍 시장이 페이스북에서 언급한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이하 대기총)은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대기총은 12일 한 기독교 언론과의 통화에서 “우리 대기총은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립을 반대하나, 정치쟁점화 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것뿐인데, 홍준표 시장이 우리 대기총의 입장을 자기 방식대로 잘못 해석해 표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기총 관계자는 “대구시 1600여 개 교회가 속한 대기총은 이슬람을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적이 없다. 임원회에서 그런 얘기도 나온 적이 없다”며 “대기총은 북구 대현동 이슬람 사원 건축 자체를 반대하고,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왔으며 북구청장과 협의하는 등 건립을 막기 위한 노력도 했었다. 다만 대법원 판결이 확정돼 더 이상 (반대를 위한 활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일 뿐”이라고 전했다.
기독교계는 이같은 홍 시장의 행태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내며 ‘주민소환’까지 추진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독교인 지지층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통일당은 지난 9일 대구시청 앞에서 홍 시장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홍 시장의 일련의 태도는 확실하게 좌클릭하여 정치적 이익을 얻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좌파를 하고 싶다면, 더불어민주당이나 정의당에 입당을 해야 한다. 보수우파인척 하면서 실제로는 좌파 국민들에게 표를 얻고자 한다면, 뜻대로 되지도 않을뿐더러 오히려 정치생명만 단축될 뿐”이라고 비판했다.
자유통일당은 “홍 시장의 이러한 잘못된 정책과 이념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고 스스로 개선될 여지가 없다고 판단해 곧 홍 시장에 대해 주민소환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