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뉴스 퍼뜨리면 친중 학자가 "사실"...댓글부대가 기정사실화

[중국의 세계지배전략 ‘초한전’] ⑮ 미디어·여론전 선봉에 선 댓글부대 온라인 통한 뉴미디어를 ‘통일전선공작의 중요 플랫폼’으로 활용 뉴스·영화·소설·드라마·웹툰...자유진영 ‘가스라이팅’에 총동원해 신전·선동에 속지 않는 사람엔 수구꼴통·토착왜구·기레기...‘모욕’ 지난 대선때 中 커뮤니티 “선거 한 번만 더 이기면 한국은 우리 것”

2023-05-30     전경웅 기자
중국의 한 공기업이 개최한 우마오당(댓글부대) 설명회. 시진핑은 우마오당을 단순 댓글부대가 아니라 비정규군과 같이 조직했다. 우마오당 활동을 하면 중국 공산당 입당도 수월하다고 한다. /에포크타임스 관련 화면 캡처

중국이 우리나라에서 펼치는 ‘초한전’은 전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총성도 없고 눈에 띠는 이상한 모양도 없어서다. 이는 중국이 벌이는 ‘초한전’이 인지전(Cognitive Warfare) 위주이기 때문이다.

◇中 공산당의 미디어전…가짜뉴스 제공한 뒤 온라인과 SNS 통해 기정사실화

국내에서 일어나는 인지전은 미디어전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먼저 가짜뉴스를 보도하고 이를 SNS 등을 통해 확산해 기정사실로 만드는 것이다. 이런 작업이 꾸준히 이뤄지면 무엇이 진짜이고 가짜인지 구분이 어려워진다.

중국 공산당은 미디어전을 "우리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할 때까지 상대국 국민의 인식과 태도를 중국 공산당이 의도하는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장기적으로 지속해서 전개해야 하는 정치공작"으로 정의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2003년 말 ‘초한전’의 실행을 결심한 뒤 이듬해부터 미디어전을 펼쳤다. 2007년에는 외국을 상대로 한 대규모 선전·선동 공작을 펼칠 해외선전공작기구를 신설했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공공외교로 위장했다.

뒤늦은 산업 발전을 하게 된 중국 공산당은 21세기 들어 ICT 산업에 집중했다. 이 가운데 온라인을 통한 뉴미디어를 통일전선공작에서 중요한 플랫폼으로 봤다. 특히 자유 진영에서는 ‘언론의 자유’를 십분 활용해 현지 국민들에 대한 인지전을 펼쳤다. 동시에 명예훼손이나 모욕죄 등 자유 진영의 법률을 악용해 현지에서 중국 공산당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들의 입을 다물게 했다.

중국이 자유 진영에서 미디어전을 펼치는 구조는 대략 이렇다. 먼저 중국에서 활동하는 주요 외신기자들을 포섭하거나 괜찮은 뉴스거리를 제공해 자유 진영에서 보도되도록 한다. 중국 공산당의 의도대로 움직이면 그때부터 사실과 거짓을 섞은 ‘가짜뉴스’를 제공한다. 각국에서는 이미 중국 공산당의 통일전선 공작에 당한 학자들을 앞세워 중국 현지에서 나온 뉴스가 사실인 것처럼 설명토록 한다.

◇반복적인 가짜뉴스 유포, 친중파 설명으로 ‘사실화’…비판하면 ‘수구꼴통’

각국에서 이 뉴스를 반박하거나 믿지 않는 분위기를 감지하면 이번에는 SNS를 통해 여론몰이에 나선다. 이렇게 차근차근 ‘가짜뉴스’의 주제와 분야를 넓혀간다. 여기다 중국 공산당에 우호적인 학자들이 ‘팩트체크’를 맡도록 한다. 중국 공산당의 주장은 모두 ‘사실’이 된다. 중국 공산당이 교묘하게 만든 ‘가짜뉴스’를 계속 받아들인 사람들은 점점 더 중국에 우호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현재 자유진영 미디어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망라해 활동하기 때문에 이런 인지전은 미디어 전반에서 일어난다.

반면 중국 공산당의 선전·선동에 속지 않는 사람은 거짓말쟁이나 극우세력 취급을 받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수구꼴통’ ‘토착왜구’ ‘기레기’라는 모욕을 받는다. 중국 공산당을 강하게 비판하거나 드러나지 않은 약점을 공격하는 사람일 경우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개인 신상과 가족들까지 찾아내 인신공격을 한다. 심하면 사회적으로 매장하려고 시도한다.

중국 공산당이 펼치는 미디어전의 목적은 자유 진영 정부가 중국에 불리한 정책 결정을 못하도록 만들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다. 국론 분열을 위해 각국에서 반정부 시위를 조장하기도 한다. ‘초한전’의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중국 공산당은 이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신문, 잡지, 방송, 인터넷 포털, SNS 등 모든 미디어와 여기서 유통하는 콘텐츠를 대상으로 공작을 전개한다"고 지적했다.

2020년 4월 청와대 국민청원에 오른 ‘차이나 게이트 수사 촉구’ 청원들. 당시 중국 댓글부대 문제는 큰 화제였다. /청와대 청원게시판 캡처

◇평소 댓글 부대 3000만 명…지난 대선 때 "이번에 이기면 한국은 우리 것"

중국 공산당이 우리나라와 같은 자유 진영에 가짜뉴스를 퍼뜨리는 수단은 언론 기사뿐만 아니라 영화, 소설, 드라마, 웹툰까지 다양하다. 중국 공산당은 영화나 소설, 드라마를 통한 인지전을 두고 ‘세뇌오락화(Indoctrination)’라고 부른다. 자유 진영을 상대로 한 ‘가스라이팅’이라고 이해하면 쉽다.

‘가짜뉴스’만으로 자유 진영 국민들의 여론이 잘 움직이지 않을 때 사용하는 것이 바로 댓글부대다. 댓글 부대를 동원하는 조직은 중국 공산당 중앙선전부뿐만 아니라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MSS), 인민해방군까지 다양하다. 공식적인 댓글부대 인원은 1500만 명이다. 이지용 교수는 아르바이트식으로 댓글 부대로 일하는 사람까지 더하면 4000만 명에 이른다고 추정했다.

이 교수는 지난 23일 오후 대구광역시 소재 도태우 변호사 사무실에서 연 ‘대한민국에 대한 중국의 초한전’ 강연회에서 "우리나라 사이버 공간은 이미 북한과 중국 공산당에게 잠식당한 상태"라며 그 실태를 고발했다.

그는 "보통 때는 3000만 명을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동원해 댓글 작업을 벌인다. 이걸로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만 1500만 명 정도"라며 "이렇게 대규모로 (댓글 작업에) 투입하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온갖 가짜뉴스와 가짜정보가 판을 치는 것이다. 우리가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우리나라 인터넷 카페, 그중에서도 특히 맘카페 운영에 대대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그는 "중국 공산당 특권계급 출신이자 중국 공안 출신 여성이 직접 폭로한 이야기"라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조선족과 중국인 유학생들, 중국인들이 2021년 조선족 커뮤니티와 중국인 커뮤니티에서 ‘자, 이제 마지막이다. 우리가 이번에 딱 선거 한 번만 더 이기면 한국은 우리 것이다. 한 명이라도 더 설득해서 ○○당과 ○○○ 후보를 찍게 하자’고 작업해 왔다고 한다"고 전했다. 중국 공산당이 댓글을 통한 여론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중국 공산당의 댓글 부대는 2020년 초 당시 ‘차이나 게이트’라고 알려진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포털 뉴스에서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댓글을 달고 우파 매체 보도에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이 실은 평범한 개인이 의견을 밝히는 것보다 SNS를 통해 조직적으로 댓글을 달고 여론을 조작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이를 두고 소위 친문세력이나 친중파는 관련 내용을 "극우세력의 가짜뉴스"라고 비난했지만 국내 우파 매체와 우파 진영의 SNS에서 ‘댓글 여론 조작’을 하는 SNS를 대상으로 중국 공산당이 금기시하는 사이트의 링크를 달기 시작하자 한동안 문재인 정부를 지지하는 댓글보다 비판하는 댓글이 훨씬 더 많은 현상이 일어났다.

◇대만 공영라디오 "미디어전 이기려면 민주주의 사회 체질 강화해야"

‘초한전’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미디어전을 펼치기 위한 수단으로 세계 각국에 중국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자유 진영 국가의 중화권 매체를 인수합병하고, 현지 언론 지분을 인수하는 방법을 쓴다. 이것이 여의치 않을 경우 광고비 등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한다.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과 관련해 대만국제라디오(RTI)는 지난해 7월 시사 평론을 통해 "보통 젊은 세대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이 기성세대보다 길고 ‘또래 압력(peer pressure)’의 영향으로 중국 공산당이 인터넷 정보에 심어놓은 인지전 콘텐츠에 더 쉽게 빠져들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은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 가운데 인터넷에서 지식·상식 등을 공유하는 사이트에 있는 지식 가운데는 보기에는 평범한 상식이지만 이데올로기를 보일 듯 안 보일 듯 포장해 박아놓은 것은 독자들이 쉽게 세뇌될 수도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면서 "공공 사무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별 흥미가 없는 젊은이들이 접한다면 문제가 더 커지게 된다. 젊은 세대들은 외부에서 제공하는 정보에 더 의존하며 영향을 더 깊이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방송은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을 이겨낼 방안은 사회 투명성을 높이고, 공평한 경쟁을 하며 언어의 다원화 정책 등을 채택하는 등 민주주의 사회의 체질 강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