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원의 좌충우돌] 랜선 삼촌

2022-01-16     김세원 논설고문
김세원

3월 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 선거는 선거판을 ‘뉴미디어전(戰)’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은 뉴미디어 플랫폼을 적극 활용해 캐스팅보트로 부상한 2030 MZ세대의 표심 끌어안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 창궐에 따른 일상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생활방식은 기존의 ‘광장 정치’를 뉴미디어 중심의 ‘랜선 정치’로 바꿔 놓았다. ‘우리말샘’사전에는 ‘랜선(LAN線)’을 ‘근거리통신망을 구성하는 데 쓰이는 연결선’, ‘현실 공간이 아닌 온라인상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풀이해 놓았다.

대선 캠페인의 전면에 등장한 뉴미디어와 MZ세대는 선거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대선의 승패가 조직과 지역, 세(勢)몰이에 달려있다는 기존 정치 공식은 깨지고 쌍방향 소통과 세대 및 젠더 갈등이 선거의 핵심 이슈로 부상했다. 역대 대선의 ‘100만 광장 유세’는 ‘500만 유튜브 유세’로 대체됐고, 천문학적 액수의 지역 개발 공약보다 SNS에 올린 탈모 건강보험 지원과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이 젊은 유권자를 사로잡고 있다.

‘랜선 남친’은 실제 남친은 아니지만, 방송이나 인터넷을 통해 관심있게 지켜보는 남성(주로 연예인)을 가리킨다. ‘랜선 조카’는 실제 조카는 아니지만, 방송이나 SNS를 통해 관심있게 지켜보면 조카처럼 귀여워하는 어린이고 ‘랜선 집사’는 다른 사람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를 유튜브를 통해 관심있게 지켜보며 응원하는 사람이다.

대중 연설과 카리스마가 과거 대통령 후보의 필수 덕목이었다면 이번 대선에서는 유머감각과 진정성, 이웃집 아저씨같은 친근한 이미지가 핵심 자격 요건이 되었다. MZ세대는 현란한 말솜씨로 국민을 현혹하거나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꼰대가 아니라 삼촌처럼 고민을 들어주고 현실을 인정하되 비전을 제시하는 ‘랜선 삼촌’을 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