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火傷) 1등’ 이지선의 인간승리
꼭 20년 전 베스트셀러 <지선아 사랑해> 저자로 유명해진 이지선 한동대 교수의 근황을 얼마 전 들었다. 이달부터 이화여대 모교 강단에 선다는 멋진 뉴스다. 다름아닌 이지선이기에 특별한 얘기다. 지난해 자유일보 지면에도 몇 차례 등장했고 그 전에 두루 알려진 대로 그녀는 대학 4학년 때 음주운전자가 낸 추돌 사고를 당했다.
직후 전신 55%에 3도 중화상, 30번이 넘는 재건 대수술은 끔찍했다. 그래도 예전의 예쁜 모습을 되찾을 수 없으니 길거리에서 ‘괴물’이라는 말까지 들었다. 결국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돕겠다"며 독하게 공부해 오늘의 인간승리를 연출했다. 지금도 기억에 선한 건 <지선아 사랑해> 를 장식하는 밝은 톤이다. 자기 처지를 ‘화상(火傷) 일등’이라 표현한 게 일례다.
당시 그녀의 열혈 팬이던 개그맨 남희석과의 농담 인용도 예사롭지 않았다."지선~ 의외로 뜨거운 여자야!"(남희석) "아뇨! 저는 홀라당 탄 여자인 걸요~"(이지선) 샬랄라 공주로 불렸던 긍정적 성격 때문일까?
그녀는 대수술 뒤 안면근육이 성치 못해 두 눈이 온전히 감기지 않던 시절도 있었다. 뜬 눈으로 잠자는 고통도 당시 경험했다. 입원실의 날벌레 한 마리가 눈동자에 내려앉으면, 두 손은 물론 눈동자조차 깜빡거리지 못해 혼자서 진저리를 쳐야 했다. 때문에 그 책은 사지 멀쩡한 우리가 내쉬는 숨 한 번, 물 한 모금까지 순전히 기적의 선물임을 일깨워주는 희망 보고서다. 뿐인가? 전신마비 환자 출신인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이상묵 박사의 기록 <0.1그램의 희망>도 같은 맥락이다.
얼마 전만 해도 장애인 책은 안 팔린다는 게 출판가 통념이었다. 그걸 깼던 첫 책인 일본 청년 오토다케의 <오체불만족>도 여전히 의미심장하다. 그들 모두는 장애인이 아니라 특별한 메신저다. 사는 게 잠시 심드렁해졌을 때, 질병·사고로 실의에 빠졌을 때 그들을 떠올리는 건 그래서 의미있다.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빅터 프랭클의 명저 <죽음의 수용소에서>를 꺼내 들었다. 빅터 프랭클은 아유슈비츠에서 살아남은 전설의 정신과의사다. 그런 그의 저술은 비극과 무의미로 가득한 세상에 대해 그럼에도 왜 "예스!""댓즈 오케이"라고 해야 하는가를 말해준다. 언젠가 기회가 나면 그 얘기도 마저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