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K 롤링 "前남편 폭력 속에서도 '해리포터' 원고 지켰다"

2023-02-23     임명신 기자
'해리포터' 작가 JK 롤링. /연합
 

<해리포터> 시리즈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영국 출신 작가 JK 롤링(57)이 전 남편의 가정폭력 속에서 해리포터 1권 원고를 지킨 개인사를 들려줘 화제다. 새로운 팟캐스트 ‘JK 롤링의 마녀재판’에서 롤링이 1993년 첫 남편 호르케 아란테스와 이혼하며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원고를 완성하던 과정을 공개했다고 더타임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롤링이 밝힌 바에 따르면, "결혼관계는 매우 폭력적이고 통제적인 환경"이었다. "귀가하면 매번 남편이 그녀의 가방을 뒤졌으며 현관열쇠도 따로 가지지 못했다."

"어느 순간 해리포터 원고가 사라졌다. 남편이 숨긴 것이다. 그 원고가 내게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롤링은 "남편이 알아채지 못하도록 원고를 매일 몇 장씩 가져다 복사"하며, "내가 떠나지 못하도록 볼모 삼은 것으로 의심"하게 됐고, "원고를 불태우거나 아주 가져가 버리는 게 아닐까" 불안에 떨었다.

롤링이 2020년 결혼시절 가정폭력에 시달렸음을 처음 밝혔을 때 전 남편은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미안하진 않다"고 말해 비난을 산 바 있다. 롤링은 이혼을 결심한 날의 일을 담담히 전했다. 그녀의 확고한 결별 의사를 확인하자 전 남편은 더 폭력적으로 변했으며 딸을 숨기겠다고 협박했다. "원고보다 딸을 더 열심히 챙겨야 했다. 난 싸움을 건 대가를 치렀다. 폭행당한 후 도로에 드러누워 있는 것으로 사태가 끝났다." 이후 롤링은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싱글맘으로 복지수당을 받아 살면서 원고를 완성, 1997년 해리포터 시리즈 첫 1탄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을 냈다. 이 시리즈 소설의 성공이 롤링에게 세계적인 명성과 부를 안겼다. 더타임즈가 전한 현재 그녀의 순자산은 약 8억5000만 파운드(한화 1조3000억 원)에 달한다.

롤링의 팟캐스트 등장이 더욱 눈길을 끈 것은 2020년 6월 일련의 트윗에서 반(反)트랜스젠더 정서를 지지해 거세게 비판당한 지 2년여 만에 처음 대중 앞에 나섰기 때문이다. 논란 속에서도 "여성의 권리는 선천적 성(性)을 기반으로 보호돼야 한다"며 기존의 주장을 고수했다. 트랜스젠더가 살인마로 등장한 탐정소설 출간, 성전환 여성을 ‘드레스 입은 남자’로 지칭한 트윗을 지지하거나, 동성애·트랜스젠더 반대를 외치는 가톨릭운동가에게 응원의 글을 보내기도 했다.

2020년엔 미국 미디어 플랫폼 데벡스에 게재된 ‘월경하는 사람들에게 좀 더 평등한 포스트 코로나19 세상만들기’ 제목의 칼럼을 트윗하면서, "‘월경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단어가 분명 있는데 누가 좀 알려 달라" 적었다가 즉시 성소수자들의 반발을 샀다. ‘여성이란 표현을 놔두고 굳이 월경하는 사람들이라 썼다’,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를 배제한 태도’로 간주된 것이다. 이에 롤링은 적극 해명했다. "성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동성 간 이끌림도 없고, 전 세계 여성들의 현실이 지워진다", "성별개념을 없애면 자기삶을 의미있게 설명할 능력까지 없애는 게 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혐오가 아니다."

롤링의 입장은 엄밀히 말해 이른바 ‘젠더 이데올로기’ 즉 성별구분 자체를 ‘폭력’으로 보는 주장에 반대한 것이다. 창세기 속 ‘아담’이 ‘남자’로 지칭되면서 상대적 개념인 ‘이브’(여자)가 존재하게 된 것이며, 이런 남녀구분이 인류사 권력의 시작이었다는 게 ‘젠더 이데올로기’의 전제다. 따라서 여전히 남녀 차이‘가 있는 성소수자들 논리와 구별된다. 롤링이 "좋아하는 지인 중 동성애자·트랜스전더가 있다"고 말한 이유다. 이런 이슈에 뛰어들지 않았다면 널리 사랑받는 동화작가로 남았을 것’이란 의견에 대해, 롤링은 "그런 유산(사후 명예)엔 관심없다. 현재가 중요하다. 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신경 쓰겠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