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영웅 김재관의 역주행

2023-02-14     조우석 문화평론가
조우석

대중가요 쪽에서 종종 들려오는 게 역주행이라는 말이다. 발매 한참이 지난 노래가 여러 가지 이유로 관련 차트 순위에서 수직 상승하는 이례적인 경우다. 지난해 하반기 음원차트 정상에 오른 ‘사건의 지평선’(윤하)이 그랬고, 댄스그룹 브레이브 걸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룹 해체 직전 시점에서 2017년 곡 ‘롤린’으로 스타덤에 오른 것이다.

요즘엔 출판시장에서 역주행 기록을 쓰는 책도 있다. 산업화의 영웅 김재관(1933~2017) 박사의 평전 <뮌헨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기적>(홍하상 지음)이 그것인데, 지난주 교보문고 역사문화 부문 베스트셀러 10위에 뒤늦게 올랐다. 이례적이다. 책 나왔던 게 지난해 정초임을 감안해 보시라.

김재관 박사? 이젠 아는 사람은 다 안다. 그야말로 개발연대 시절 K-방산·조선산업·자동차산업 태동에 결정적 기여를 한 인물이다. <뮌헨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기적>은 그의 첫 평전으로, 이 지면에서도 몇 차례 소개했다. 그러다가 보름 전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이 소개하면서 새롭게 대중을 만나고 있다. 생각할수록 김재관의 존재는 경이롭다.

철강산업의 경우 포철 박태준이 유명하지만, 김재관은 종합제철의 첫 꿈을 꿨던 사람이다. 1964년 박정희의 서독 방문 때 자기가 만든 보고서 ‘한국의 철강공업 육성 방안’을 바쳤고, 그걸로 대통령 가슴에 불을 당겼다. 동시에 그는 종합제철의 백미이자 현대무기 재료인 특수강(特殊鋼)의 아버지다. 그걸 개발해 오늘날 K-방산의 기초를 놓았던 것이다.

뿐인가? 그가 선박용 후판(厚板) 생산설비를 준비한 덕에 지금의 조선산업이 존재한다. 결정적으로 완성차 산업도 그의 선견지명 덕이다. 모두가 그것만은 안된다고 할 때 "미래에 먹고살 건 그거다"며 밀어붙였다. 그런 김재관 역주행은 흐뭇하지만, 아직 바람이 약하다. 방법은 윤 대통령이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김재관 박사의 이름과 활약을 언급해도 좋으리라.

그걸 용산 스태프가 검토해보길 바라며, 물론 TV 다큐멘터리도 좋고 뮤지컬-영화 제작도 소망스럽다.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끌어온 영웅적 엔지니어의 표상으로 김재관 박사는 손색없기 때문이다. 10대에게도 그렇다. 그들에게 꿈을 갖게 해주는 아이콘으로도 그는 더없이 소중하다. 김재관 붐,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