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도 등돌린 택배파업...설 택배대란 오나

2022-01-10     양철승 기자
CJ대한통운 노조 파업이 2주일째 이어지면서 소상공인과 소비자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CJ그룹 본사 앞에서 열린 CJ대한통운 노조 총파업 대회 모습. /연합

민주노총 산하 전국택배노동조합 CJ대한통운본부의 총파업이 보름째 접어드는 가운데 노조를 바라보는 사회적 여론이 차갑게 식고 있다. 택배기사들의 잇단 과로사로 여론의 지지를 받았던 지난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여론이 등을 돌리면서 내부 분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10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 노조의 파업이 장기화로 치닫고 있다. 노조와 사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 협상 테이블 자체가 마련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택배노조 CJ대한통운본부가 택배기사 과로방지 대책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지난해 6월 마련된 합의문의 이행을 촉구하며 시작됐다.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택배기사 과로사의 주범으로 꼽힌 택배 사전분류 작업의 택배기사 배제 미이행, 택배비 인상분의 노사 공정 분배가 그것이다.

노조는 택배기사의 분류작업 투입이 여전하고, 택배비 인상분의 70%를 사측이 가져간다는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불가피한 경우 분류작업 투입을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합의문 조항에 따라 택배기사에게 별도 노임을 지급하고 있고, 올 들어 5500여명의 분류 전문인력을 투입하는 등 처우개선에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택배비 인상분 역시 시스템적으로 50% 이상이 택배기사들에게 정률 배분되고 있다고 밝혔다. 합의문을 모범적으로 이행하고 있음에도 노조가 근거 없는 왜곡과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연초 진행된 국토교통부의 조사에서 CJ대한통운의 합의 미이행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국토교통부는 이달 17일부터 4주간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합동 조사단을 통해 추가 특별점검에 나설 계획이지만 노조를 보는 여론은 이미 차갑다. 택배노조가 지난해만 무려 4차례나 파업을 강행해 피로감이 커진 데다 소상공인과 소비자 피해도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측과의 합의서가 표준계약서를 위반하지 않아 정부 개입을 기대하기 어렵고, 여론도 노조에게 유리하지 않을 것이라는 내용의 노조 내부 문건이 공개되며 명분 없는 파업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영등포에 거주하는 윤 모씨는 "평소 2~3일 걸렸던 택배가 일주일 넘게 배송되지 않고 있다"며 "CJ대한통운 택배기사들의 평균 연봉이 8500만원을 넘는다는데, 이번 파업은 소비자를 볼모로 더 쉽게 더 많은 돈을 벌려는 행태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5일 소상공인연합회도 성명서를 내고 "업계 최고의 작업 환경을 가진 CJ대한통운 노조가 수익 배분까지 언급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가뜩이나 힘든 소상공인들이 고객 이탈과 대금 수급 차질로 생존이 위협받고 있는 만큼 명분 없는 파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소상공인연합회에 의하면 CJ대한통운을 이용하던 소상공인 중 다수가 고객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감내하며 다른 택배사를 섭외하고 있고, 파업지역으로 보낸 물건의 발이 묶여 환불을 해주는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CJ대한통운 파업을 지켜보는 다른 택배사 배송기사들의 시선도 마냥 곱지만은 않다. 로젠택배의 한 택배기사는 "파업 참여 노조원들이 같은 식구인 비노조원의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며 "과로사 이슈를 등에 업고 한 번에 모든 걸 얻어내려다 보니 무리수를 두는 느낌"이라고 전했다.

지난 5일에는 자신을 택배업 종사자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노동자의 권익을 주장하지만 실상은 자신들의 이익만 추구하는 택배기사 노조원의 파업 쟁의권을 박탈해달라"는 청원을 올리기도 했다.

이처럼 여론이 악화되자 노조원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일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CJ대한통운 노조원은 "강경 일변도의 집행부와 달리 파업의 명분이 부족했다는 의견이 조금씩 분출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파업 장기화 조짐에 생활고를 염려해 업무 복귀를 조심스럽게 고민하는 동료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현재 국토교통부는 CJ대한통운 노조의 파업 사태가 노사 협상으로 풀어야 하는 사안이며 정부의 개입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설을 앞두고 제기되고 있는 택배 대란 예방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앞으로 한달간 분류전담 인력 3000명, 배송기사 1320명 등 총 1만명의 임시 인력을 현장에 투입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노사 모두 파업 장기화로 인한 부담이 큰 만큼 이번 주가 사태 해결 여부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국내 택배 물동량 및 택배사별 시장점유율/국토교통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