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 입은 사이코패스들
여당 대선 후보자가 소시오패스 논란에 휩싸였다. 일반적으로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범행을 인지한다는 점에서 사이코패스와 차이가 있다. 그걸 주장한 사람은 전 제주도지사의 배우자로 현직 신경과 전문의다. 그녀는 후보자의 국정감사 태도, 형과 형수에게 한 욕설, 영화배우와의 연애소동, 타인의 고통이나 피해에 관심 없는 듯한 언행 등을 예로 들었다. 후보자의 소시오패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신의 여자 친구와 그 어머니를 수십 차례 칼로 찌른 살인마를 변호했고, 어린 딸이 보는 앞에서 동거녀를 칼로 살해한 직후 피해자 어머니에게 동침하고 싶다는 문자를 날린 악마를 변호했다. 재판정에서 후보는 각각 심신미약과 데이트폭력을 주장하며 형량감경(刑量減輕)을 시도하여 공분(公憤)을 샀다.
끊이지 않는 강력범죄 발생은 비단 한국사회 문제만은 아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기승을 부린 지난 해 미국은 살인범죄가 30% 늘었고, 감소하던 폭력사건도 4년 만에 첫 증가세를 보였다. FBI 범죄통계에 의하면 살인의 75%가 총기 소지자가 일으킨 것이라 한다.
범죄인류학의 아버지 체사레 롬브로소(Cesare Lombroso 1835~1909)는 원래 외과 의사였다. 그는 사형선고를 당한 죄수의 시신 수백여 구를 당국으로부터 인계받은 뒤 두개골을 직접 해부하며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했다. 그 결과 범죄자의 두개골 구조는 일반인의 그것과 확연히 다르고, 범죄인은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것이므로 국가는 이에 대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뇌 과학자 제임스 팰런(James H. Fallon)은 ‘사이코패스를 연구하는 사이코패스 과학자’로 통한다. 그에게 이런 별명이 붙은 까닭은 살인자의 뇌를 연구하던 중 우연히 자신의 뇌 스캔사진을 보게 되었는데,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뇌였다. 이후 자신의 성장과정을 성찰하는 한편 조상의 범죄력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스스로 살인마의 혈통을 이어받은 사이코패스라 진단했다. 그는 공감능력이 없으며 어렸을 때 상습적으로 동물을 학대하거나 죽였다.
목적달성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고, 집요하게 주변 사람들을 이용했다. 그는 또 말한다. 어떤 국가든 사이코패스는 전체 인구의 약 2%를 차지하는데, 국가와 사회는 인간이 멸종하지 않는 한 사이코패스 탄생을 막을 수 없다. 성공한 정치인들 중에는 사이코패스가 상당수 있다. 이들은 이른바 양복 입은 사이코패스들로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도 일말의 흔들림 없이 업무를 수행하며 냉철한 판단을 내린다.
다수결 원리가 작동하는 민주주의에서 정치인의 언변과 입심은 장점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민주주의 시스템은 포퓰리스트의 등장을 막지 못하고 역사가 그 사실을 증명한다. 그들은 대중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실현가능성 없는 정책을 내세워 정권연장을 꾀하거나 빼앗는다. 정책은 단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말과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으며 자기 자신을 과대평가하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조절도 능하여 지지자들을 조종한다. 잘 사는 소수를 다수의 약자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그걸 평등이라 미화한다. 범죄에 따른 형벌을 두려워하지 않고 비현실적 목표에 집착한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감독하고 톰 크루즈가 주연한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 줄거리는 이러하다. 미래 어느 날 최첨단 컴퓨터 치안시스템이 작동한다. 시스템은 사회의 여러 상황을 종합하여 범죄가 일어날 시각과 장소, 범인을 예측한다. 뒤이어 특수경찰은 시스템에 포착된 미래의 범죄인을 추적하고 체포하는 업무를 수행한다.
임인년(壬寅年) 새해 벽두부터 한가하게 영화이야기나 늘어놓자는 게 아니다. 국가의 명운이 걸린 선거일이 다가오고 있다. 문제는 포퓰리스트들의 성공 가능성이다. 역사는 왕왕 대중의 잘못된 선택에 의해 한 나라가 결딴나는 걸 보여주었다. 한국사회는 지금 역사의 시험대에 올라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