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거대 온라인 플랫폼 ‘갑질’...올해는 잡힐까

2022-01-03     양철승 기자
공정거래위원회,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당국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온라인 플랫폼법 제정 등을 통해 거대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갑질로부터 중소 상공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불공정 행위 제재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연합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트렌드가 디지털 경제를 가속화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지난해 20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구글·애플·카카오·쿠팡·네이버·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은 막대한 부를 쌓았다.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 네이버쇼핑, 쿠팡은 이제 하나의 앱이 아닌 조 단위 매출을 올리는 굴지의 기업이 됐을 정도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들이 공룡화되면서 여러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우월적 지위를 악용한 이른바 ‘플랫폼 갑질’이 그것이다.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공정거래위원회, 방통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을 통해 이 같은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에 칼을 빼 들 계획이다.

3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첫 불공정 거래행위 제재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가 될 전망이다. 대표적인 사업자가 구글이다. 국내 게임사의 경쟁 앱마켓 진출을 막은 건에 대한 조사를 지난해 마무리하고 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또 구글이 국내 디지털 광고시장에서 벌인 갑질도 주시 중이다. 자사 빅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맞춤형 광고 상품과 관련해 게임 앱 개발사들에게 타 플랫폼에 광고를 하지 말라는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게 핵심이다.

쿠팡과 카카오모빌리티 역시 사정권에 들어있다. 의혹의 중심에는 인위적 알고리즘 조작이 있다. 쿠팡은 자체 브랜드(PB) 상품이 상위에 노출되도록 검색 알고리즘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벤티·블루)와 비가맹 일반택시를 구분해 요금이 비싼 가맹 택시에 배차를 몰아주도록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택시 단체의 신고가 접수돼 있다. 직장인 Y씨는 "카카오T 앱 이용자라면 빈차가 많은 시간대조차 일반택시의 호출이 쉽지 않다는 느낌을 누구나 받았을 것"이라며 "알고리즘 조작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익을 위해 택시 노동자와 이용 고객 모두를 기망했다는 점에서 지탄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양면적 사업구조에서 기인한다. 대다수 기업은 기업 또는 소비자라는 단일시장에 상품·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을 얻는다. 하지만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는 기업과 소비자를 중개하고 양쪽 모두에게 이익을 취한다. 또한 거래 과정에 깊이 관여하고 통제권을 행사하면서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중개업자라는 이유로 면책을 주장한다. 이런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의 특성을 악용해 입점사에 불이익을 주거나 골목상권 침탈, 시장 선점 후 경쟁사를 배재시키는 등의 폐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의 근절을 위해 정부는 지난해부터 사정의 칼날을 본격 겨눴다. 그 과정에서 소기의 성과도 있었다. ‘구글 갑질 금지법’으로 불리는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이 실례다. 지난 9월 이 법이 세계 최초로 시행되면서 구글플레이의 모든 앱은 구글의 결제시스템만 사용해야 하고, 거래 금액의 무려 30%를 수수료로 부과하겠다는 구글의 수수료 갑질 플랜이 무산됐다.

다만 온라인 플랫폼의 갑질 규제에 초점을 맞춰 중개거래 계약서 교부 의무화, 불공정 거래행위 금지 등이 담긴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온라인플랫폼 이용자보호법’ 등 통칭 ‘온플법’은 플랫폼 사업자들의 극렬한 반대로 국회 법안 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거대 플랫폼의 독과점에 대응할 법·제도 개선에도 두 팔을 걷어붙일 예정이다. 최우선 목표는 당연히 온플법의 국회 통과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은 최근 "플랫폼 사업자의 확대된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와 이용자 보호를 위해 올해 온플법을 제정하고, 앱마켓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판단 기준을 마련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는 플랫폼 산업의 특성을 반영한 ‘온라인 플랫폼 분야 단독행위 심사지침’ 제정과 온라인 플랫폼 기업의 인수합병(M&A) 심사기준 보완을 위한 연구용역 발주에 나선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와 방통통신위원회는 기획재정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오는 3월까지 온라인 플랫폼 갑질 대응을 위한 협업체계를 구축하고, 시장 성장 단계별 정책 추진 방향을 수립할 계획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유통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 가속화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중소 상공인들의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갑질 피해도 커지고 있다"며 "규제 공백 상태를 하루빨리 바로잡아야 한다"고 밝혔다.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6일 서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앞에서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의 온라인플랫폼법 제정 방해를 규탄하며 조속한 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