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통신] 중·러 연합훈련, 김정은에 강력한 동맹 과시
중국 시진핑 주석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각각 곤경에 처해 있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의 여러 도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제로 코로나 항의 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번져 나가는 것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바로 정책을 바꿔 위드 코로나로 전환했지만 앞으로 향방은 알 수 없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벌인 지 10개월이 넘었다. 단 몇 주면 끝날 것이라 장담한 전쟁이 길어지면서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있는 중이다. 이들은 정권의 존망뿐 아니라 자신들의 위신을 세우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과 러시아는 극동아시아 지역과 동아시아 연안에서 여전히 힘을 과시하고 싶어 한다. 두 나라는 최근 함께 비행하면서 연합훈련을 시행했다. 주한·주일 미군이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음에도, 한국·일본·대만의 방공식별구역을 넘나들며 공개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는 무력시위를 벌였다.
중국의 H-6 폭격기 2대, 러시아의 TU-95와 SU-35 전투기 6대 등 모두 8대의 양국 군용기가 지난 11월 30일 남해와 동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순차적으로 진입 후 이탈했다. 이에 한국 전투기가 긴급 출격해 대응했다.
이번 훈련은 만약 전쟁이 일어났을 때 중·러가 얼마나 밀착 협력할 수 있을지 과시한 것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만 문제에 관해서도 양국이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에 대해서는 어떤가. 이들의 무력시위는 미국이 중·러를 향해 북한 문제에서 손을 떼라고 하는 것이 소용없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김정은이 7번째 핵실험을 연기할 것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중·러가 오히려 북한의 핵전쟁 위협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킨다.
필립 골드버그 신임 주한 미국대사는 러시아나 북한의 전술핵무기 발사 위협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하다"며 "전 세계 핵무기 제거"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것은 허무한 탄원에 가깝다. 분명히 말해, 그의 발언들은 의미가 없다. 푸틴과 김정은은 이미 죽음과 파괴를 가할 수 있는 전술핵무기를 배치하겠다는 위협을 제기한 상태다. 시진핑과 푸틴은 최장거리 폭격기를 배치함으로써 핵전쟁의 위협을 미국에게 상기시켰다.
이에 미국은 속도·기동성·거리·적재량 등에서 러시아 전투기를 능가하는 신형 초음속 폭격기 B-21로 답을 내놓았다. 30년 만에 미국이 생산한 B-21은 앞으로 미 공군의 중추를 담당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괌과 일본의 미군 기지에 배치된,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폭격기 B-1 B-2 B-52 등과 함께 B-21도 전 세계를 날아다니게 될 것이다.
김정은은 북한을 ‘세계 최강 핵보유국’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천명하고 있다. 김정은의 이런 언사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중국과 러시아가 최근 보여주고 있는 위협은 북한에게 강력한 동맹이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유엔의 제재를 어겨가며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극초음속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포함해 수십 개의 미사일 실험을 하고 있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끝에 핵탄두를 고정하는 기술은 아직 갖지 못했을지라도, 일본과 한국을 목표로 한 전술핵 발사는 가능할지 모른다.
그리고 중·러 공군이 미국의 동맹국인 대한민국 영토 근방을 비행할 수 있음을 보여줌으로써, 김정은은 결정적으로 필요할 때 중국과 러시아가 자신을 도울 것을 확신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