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지위·경제력 따른 학습격차, 10년 새 더 벌어져

2022-01-02     임정현 기자
지난달 26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교원 1만883명을 대상으로 한 '초중등 원격교육 실태조사'에 따르면 원격수업 이후 성적 상위 10% 학생들의 실력이 유지됐다는 응답이 75.7%에 달했지만, 중위권 학생들은 실력이 떨어졌다는 응답이 60.9%에 달했고 하위 10% 학생들의 실력이 떨어졌다는 응답률은 77.9%로 그보다 높았다.

우리나라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자녀의 학습 격차가 크고 약 10년 사이 격차가 약간 더 벌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8년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18)를 상위국(한국,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일본, 핀란드) 중심으로 2009 PISA와 비교 분석한 심층 연구보고서를 지난달 31일 펴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자녀들의 학습능력은 부모의 직업, 가정 보유자산 및 부모의 교육 수준으로부터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연구보고서는 OECD의 ‘2018년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상위국가들(한국, 싱가포르, 에스토니아, 일본, 핀란드)의 결과를 2009년 PISA와 비교 분석했다.

PISA는 OECD가 비회원국까지 포함해 3년 주기로 시행하는 국제 평가로, 국내에서는 교육부와 평가원에서 만 15세의 읽기, 수학, 과학 성적을 점검한다.

연구진은 부모의 직업과 가정 보유자산, 부모 교육수준 등 변수를 합산한 경제사회문화적지위지수(ESCS)에 따른 학생들의 영역별 평균 성취도를 산출했다. 비교 결과 모든 영역에서 부모의 사회경제 지위가 낮을수록 학생들의 성적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2018년 ‘수학’에서 한국의 ESCS 상·하위 10% 학생들간 점수 차이는 111점으로, 비교 대상 5개국 중 싱가포르 다음으로 컸다. ‘읽기’와 ‘과학’ 점수 차는 각 96점으로 싱가포르, 핀란드 다음이었다.

특히 부모의 사회경제 지위가 낮은 학생들의 성적 하락 폭은 상위 학생들이나 전체 평균보다 컸다. 9년 새 학습 격차가 가장 많이 벌어진 곳은 핀란드였고, 다음이 우리나라였다. 한국 학생들의 ‘읽기’ 평균 점수가 24점 떨어진 가운데 ESCS 상위 학생은 26점, ESCS 하위 학생은 32점 떨어졌다. ‘과학’ 영역에서는 ESCS 상위 10%의 평균 점수가 17점 떨어지는 동안 하위 10%의 점수는 26점 내려갔다.

ESCS를 구성하는 하위 변인들 중 가정 보유자산지수에 따른 성취 격차는 우리나라와 싱가포르가 상대적으로 큰 편이지만, 9년 사이에 격차의 변화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부모 직업에 따른 격차는 더 벌어졌다. 국제사회경제적직업지위지수(ISEI)로 분류한 하위 10% 학생의 점수가 27점 떨어져 상위 10%(16점)보다 낙폭이 컸다. 부모 학력에 따른 격차는 이보다 적었다.

이번 연구에서는 한국 학생들의 읽기, 수학, 과학 영역 취약점도 함께 분석됐다. 읽기 영역의 경우 한국 학생들은 문장·단락 중심의 ‘연속’ 구성 문항보다 표·그래프·광고 등 다양한 자료로 구성된 ‘비연속’이나 ‘혼합’ 문항에서 정답률이 비교 대상국들보다 낮았다. 또한 텍스트 출처가 ‘다중’인 2018-2009 공통문항 정답률은 낙폭(10.6%P)이 가장 컸다.

연구진은 "디지털 매체 등 다변화한 읽기 환경에서는 복합적인 텍스트를 읽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 읽기 교육과정과 수업이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수학 영역에서도 한국 학생들은 수학적 과정을 평가하는 항목 중 ‘해석하기’의 정답률이 5개국 중 가장 낮았고, ‘과학적 맥락’을 파악하는 문항에서도 9년 사이 정답률이 가장 크게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