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정부 협력모델로 내세워 다른 기독학교들 압박하려는 정부 전략인듯

“성경 어디에도 정부 모든 정책과 방침에 순응하라고 명령한 구절 없어”
“하나님께는 절대적으로 순종, 시민적 문제는 정부에 조건부로 복종해야”
“정부에 반대하다 핍박당한 홍콩과 중국 본토 기독교인들 모욕하는 처사”
“대부분 기독교인, 하나님께 순종한 이유로 정부의 극형 기꺼이 받아들여”

기독교 사역 과정을 홍보하는 그라티아 기독교 대학 홈페이지. 다음달부터 이 대학의 모든 재학생은 국가안보 강좌를 의무적으로 수강하고 이에 관한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기독교 사역 과정을 홍보하는 그라티아 기독교 대학 홈페이지. 다음달부터 이 대학의 모든 재학생은 국가안보 강좌를 의무적으로 수강하고 이에 관한 시험에 합격해야 한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최근 홍콩의 한 기독교 대학이 전체 재학생을 대상으로 중국 정부로부터의 국가안보교육 이수 및 시험 합격을 의무화 한 것에 대해 한국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K)가 심각한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23일 VOMK 홈페이지에 따르면 홍콩 그라티아 기독교 대학(Gratia Christian College) 학생들은 2022년도 수업이 시작되는 다음달부터 4개의 국가안보교육 과정을 영상으로 이수하고 관련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의무화된다. 이 대학 기독교 관련 전공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다.

그라티아 기독교 대학 추이홍셩 학장은 지난달 7일 홍콩 크리스천 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은 사실을 밝히며 “로마서는 세상 권세자들도 하나님께서 사용하시므로 기독교인 역시 세상 정부의 모든 정책과 방침에 순응해야 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세상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추 학장은 “홍콩이든 미국이든 호주든, 각 나라에는 정부가 있다. 그리고 성경적인 관점으로 하나님께서는 각 나라의 정부에 권력을 주셨다”며 “시민으로서 여러분은 정부의 법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이것은 매우 기본적인 성경적 진리”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VOMK의 CEO 에릭 폴리 목사는 이같은 추 학장의 발언에 대해 “심히 우려된다”며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가이사가 요구하는 것을 무조건 다 주면 절대 안 된다. 로마서 13장이나 성경의 다른 구절 어디에도, 기독교인들이 정부의 모든 정책과 방침에 순응하라고 명령한 구절은 없다”고 반박했다.

에릭 목사는 “성경 어디에서도 기독교인들이 정부에 순응치 않으면 세상이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어떤 성경 구절도 정부에 복종하는 것이 ‘매우 기본적인 성경적 진리’라고 가르치지 않는다”며 “대신 성경은 오직 하나님께 절대적으로 순종하되, 시민적인 문제에 대해서만 정부에 조건부로 복종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 이상을 가이사에게 주는 것은 가장 심각한 우상숭배 죄를 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정부 협력모델 내세워 다른 기독학교들 압박하려는 정부 전략인 듯

추 학장이 대학에 시행하려는 홍콩의 이 국가보안법은 중국 정부에 의해 2020년 6월에 제정된 것으로, 대학을 비롯한 각 학교들이 학생들에게 ‘국가안보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이번 그라티아 대학의 국가안보교육 과정 도입이 결국은 기독교 대학을 정부와 협력하는 모델로 내세워 홍콩의 다른 기독교 학교들이 모방하게 하려는 정부의 의도적인 전략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에릭 목사는 “기독교인들이 그라티아 대학의 사례를 통해 홍콩 기독교 미래를 향한 중국 정부의 비전을 간파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그라티아 대학의 ‘기독교 사역 학교’ 교장 에드먼드 응 박사는 지난 6월 24일 유엔 인권 이사회 회원들에게 영상을 통해 ‘국가보안법이 홍콩의 언론과 종교의 자유를 더 완벽하게 보장하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그라티아 대학은 자칭 ‘홍콩 최초의 기독교 사역분야 정부승인 대학과정’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 프로그램의 책임자 우뤼롱은 “신학 과정에서 꼭 고리타분한 고대 자료들을 공부할 필요는 없다”며 “신학 과정은 사회의 요구와 조화를 이루고 그것을 충족시킬 수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에릭 목사는 “이런 발언은 정부에 도움이 되고 허용된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사회를 섬기는 것이 교회의 비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이들은 하나님께서 교회에 선지자적인 역할을 맡기시거나, 또는 종교적인 사회 봉사 기관 이상의 부르심을 허락하실 거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정부 반대하다 핍박당한 홍콩·중국 기독교인들 모욕하는 처사”

그라티아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국가안보과정과 시험은 학생들의 졸업 요건에는 들어가지 않지만, 시험에 불합격한 학생은 합격할 때까지 재시험을 치러야 한다. 에릭 목사는 “국가안보에 관한 강좌 수강과 시험 응시가 졸업요건은 아니지만 합격할 때까지 재시험을 봐야한다는 말은 모호하다”며 “그들은 모든 국가를 초월해 역사적으로 존재해 온 그리스도의 몸을 섬기기보다 홍콩 특별자치구가 승인한 종이 되는 것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릭 목사는 또한 “그라티아 대학은 정부에 대한 복종과 사회 봉사를 두드러지게 강조하고 있다”며 “이는 시민적인 문제뿐 아니라 종교적인 문제까지 점점 더 침해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 정부에 반대하다가 핍박을 당한 홍콩과 중국 본토의 기독교인들을 모욕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이어 “성경은 하나님과 정부가 항상 적절히 조화를 이룰 것이고, 기독교인들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복종하기만 하면 하나님과도 문제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결코 약속하지 않는다”며 “사실 성경은 정반대의 경우를 반복해서 보여준다. 지금까지 수천 명의 중국 기독교인들이 정부에서 요구하는 것들을 선한 양심으로 따를 수 없다는 것을 기도하며 결정했다. 그 결정을 한 대부분의 기독교인들은 정부를 거역하고 하나님께 순종했다는 이유로 정부에서 부과한 극형을 기꺼이, 기쁘게 받아들였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성도들은 ‘매우 기본적인 성경적 진리’를 무시하는 급진주의자들이 아니었다”며 “오히려 그 성도들은 그라티아 대학과 모든 기독교 학교들이 응당 가르쳐야 하는 진리, 즉 하나님께 순종하면 언제 어디서나 대가를 치러야 하고, 세상에서 우리 기독교인들이 하나님께 순종함으로 인해 항상 핍박을 당할 것이라는 ‘매우 기본적인 성경적 진리’를 모범적으로 보여줬다”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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