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호
김대호

이명박 정부는 공공개혁에 관한 한 김대중 정부와 정책 기조가 비슷했다. 5대 국정과제 중 첫째가 ‘섬기는 정부’고, 1번 전략이 "예산 절감과 공공기관 혁신"이었다.

공공기관은 감사와 견제의 부족으로 ‘신이 내린 직장’,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라고 불리며 방만한 운영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 됐다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판단이었다. 이에 중복 기능을 수행하는 공공기관 통폐합, 민영화,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지배구조 합리화, 경영 효율화, 기관장 실적 책임제 강화, 불합리한 임금체계 개선 등도 공언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총 6차례에 걸쳐 ‘공공기관 선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전기·가스·철도는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작은 공공기관 24개는 완전 민영화, 19개는 일부 지분 매각을 단행했다. 또 129개 공공기관의 정원 2만2000명을 감축했다. 기관장과 감사의 기본연봉을 하향 조정하고, 대졸 초임도 인하했다. 특히 자녀학자금과 주택대출 지원 등 과도한 사내복지도 축소했다.

이는 지난달 29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표한 ‘새 정부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 보다 더 센 개혁안이다. 단적으로 새 정부는 "인위적 인력 구조조정이나 민영화 추진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도 공공기관 합리화·정상화를 위한 부채관리, 방만경영 개선, 정보공개 강화, 자율적인 경영혁신 등을 추진했다. 공공기관장과 임원 자격 요건을 강화하고, 임용·해임 절차를 까다롭게 했다.

특히 박근혜 정부는 철도노조와 격렬하게 충돌했다. 2013년 12월과 2014년 2월 수서발 KTX를 별도 회사인 SRT로 만들어 서울·용산발 KTX와 경쟁을 시키려는 정책을 철도노조는 철도 민영화 의도로 규정하고 파업을 벌였다. 하지만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협조도 제대로 얻지 못해 노조를 응징하지 못했다. 목적·절차·방법 모두에서 불법성이 뚜렷한 파업이었지만 2020년 10월 대법원 제2부(주심 노정희)는 모두 합법이라고 판결해 철도노조에 면죄부를 주었다.

문재인 정부는 알박기 인사에서 보듯 전문성 없는 인사의 임용을 막지 못했고, 권한과 임기만 보장하는 꼴이 됐다.

김대중 정부의 개혁이 구조개혁이라면 노무현·박근혜 정부의 그것은 후임 정부가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운영방식 개혁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그 중간쯤 된다고 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는 국회 의석수나 대선 표차로 보면 1987년 이후 최강의 정부다. 그런 점을 감안하면 개혁의 방향과 강도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는 1987년 이후 최약체 정부이기에 공공개혁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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