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와는 단절되었으나 주님과는 단절되지 않은 교회들

“기독교인, 가장 먼저 폐허가 된 현장에서 하나님을 예배”
“모든것 나눠주고 목숨 희생하면서까지 현장서 이웃 섬겨”
“극심한 고난에도 불구, 회개하고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려”

지난 4월 26일, 블라디미르 집사의 장례를 치르는 우크라이나의 ‘곤다 거리 침례교회’ 성도들의 모습. /국제 복음주의 기독교 침례교회 연합회=VOMK
지난 4월 26일, 블라디미르 집사의 장례를 치르는 우크라이나의 ‘곤다 거리 침례교회’ 성도들의 모습. /국제 복음주의 기독교 침례교회 연합회=VOMK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시의회가 현지에 남아 있는 시민 17만 명 가운데 1만 명이 올해 말까지 질병과 불안전한 환경으로 인해 사망할 것에 대비하고 있다고 발표한 가운데, 현지에 남아 끝까지 교회의 사명을 다하는 성도들의 소식이 들려오면서 감동을 주고 있다.

27일 한국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K)가 입수한 사진과 영상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현지 성도들은 현재 소그룹으로 모여 계속 예배를 드리고, 성만찬에 참여하고, 세상을 떠난 성도들의 장례를 치르면서 교회의 사명을 계속 감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VOMK 현숙 폴리 대표는 “전쟁과 자연 재해가 발생했을 때 교회가 가장 먼저 대피했다가 가장 늦게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며 “일반적으로 기독교인은 머무는 사람이다. 기독교인은 가장 먼저 폐허가 된 현장에서 하나님을 예배한다. 그런 다음에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고, 가진 모든 것을 나눠주고 심지어 목숨을 희생하면서까지 현장에서 이웃을 섬긴다”고 설명했다.

VOMK가 운영하는 핍박받는 기독교인에 관한 러시아어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러시아어를 사용하는 세계 전역에서 1만2000여 명의 팔로워들이 있는데, 이 가운데 7000명 가량이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다. 이 사이트는 마리우폴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역의 기독교인 및 교회들과의 개별적인 소통 창구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 5월 1일, 마리우폴 ‘곤다 거리 침례교회’에 모인 성도들과 새 방문객들. /국제 복음주의 기독교 침례교회 연합회=VOMK
지난 5월 1일, 마리우폴 ‘곤다 거리 침례교회’에 모인 성도들과 새 방문객들. /국제 복음주의 기독교 침례교회 연합회=VOMK

현숙 폴리 대표 “마리우폴 기독교인들이 이 사이트에 글을 쓸 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 아니다”며 “그 성도들은 분명 가진 것이 거의 없다. 그래도 그들은 자신들을 신실하게 보살펴주시는 하나님을 찬양하기 원하고 또한 자신들에게 ‘주어진 자리’에서 하나님을 섬기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의 기독교인 형제자매들에게 알리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이어 “언론 보도는 마리우폴 시민들이 외부 세계와 ’단절’되어 있다는 점만 강조한다. 물론 그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마리우폴의 성도들은 자신들이 세상과는 ‘단절’되었어도 하나님과는 단절되지 않았고, 하나님께서 그들을 신실하게 보살펴 주신다는 사실을 외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를 원한다”고 했다.  

VOMK가 확보한 마리우폴의 한 미등록 침례교회가 보내준 사진들은 이러한 진실을 증명한다.  그 사진들에는 지난 5월 첫째 주 일요일에 성만찬을 행하고 예배가 끝난 뒤에 성도들과 음식을 나누는 교회의 모습이 담겨 있다. 현숙 폴리 대표는 “마리우폴 곤다 거리에 있는 ‘기도의 집‘에서 보내 온 보고서에도 ‘외부에서 온 방문객들’, 즉 비기독교인들이 부활절 예배에 참석했고 몇 사람은 회개 기도를 통해 주님께 돌아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마리우폴에 계속 남아 있는 ‘곤다 거리 침례교회’ 성도들. /국제 복음주의 기독교 침례교회 연합회=VOMK
마리우폴에 계속 남아 있는 ‘곤다 거리 침례교회’ 성도들. /국제 복음주의 기독교 침례교회 연합회=VOMK

물론 곤다 거리 기도의 집 성도들이 마리우폴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고통을 면한 것은 아니었다. 그 교회의 블라디미르 레드코카신 집사는 그리스도를 신실하게 증거한 결과 생명을 잃었다. 교회 성도들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이 일어나자 많은 사람이 그 지역을 떠났지만 블라디미르 집사는 사역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현지에 남아 교회 성도들뿐 아니라 이웃들을 위해 지하실을 마련했고, 찾아오는 사람을 다 받아주고 사랑으로 정성껏 보살핀 것으로 알려졌다. 

성도들이 블라디미르 집사의 생전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지난 3월 19일이었다. 이들은 “우리는 사람들을 (우리 교회로) 데려온 다음, 이 도시에서 대피시킬 계획을 세웠다”며 “블라디미르 집사님은 도로 위에서 기도하며 사람들이 가는 길을 축복했다. 저녁에 집사님은 자신의 가족을 방문하러 갔다. 그런데 집사님이 차고를 닫고 있을 때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포탄이 날아왔고 집사님은 복부에 상처를 입었다. 집사님은 그날 밤을 집에서 지내고 다음날 병원으로 후송됐다. 의료진에 따르면 집사님은 기도를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수술대 위에서도 집사님은 기도하셨고 결국 하나님 품에 안겼다”고 전했다.  

관계자들이 병원에서 시신을 가져다가 영안실에 안치하기까지 한 달이 걸렸다. 현숙 폴리 대표는 “성도들은 4월 26일에 블라디미르 집사님의 시신을 매장했다”며 “장례식 사진에는 나무로 된 평범한 관, 소박한 십자가, 비석 대신 손으로 쓴 나무 팻말이 보인다. 또한 장례식에 참석하여 하나님을 예배한 신실한 성도들의 모습도 보인다. 그 교회 성도들은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우리 기독교인과 주변의 비기독교인 모두에게 빛과 소금이 되어준 신실한 종들이 우리 곁에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려야 할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그 성도들은 블라디미르 집사님의 두 아들 세르게이와 막심이 장성해서도 아직 그리스도를 믿지 않기 때문에 그들을 위해 기도해달라고 부탁했을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숙 폴리 대표는 “마리우폴의 기독교인들을 무조건 도움이 필요한 사람으로 간주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인간적인 관점에서 보면 그분들의 상황은 끔찍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그분들은 우리보다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성도들이 전해준 한 보고서에는 어떤 교회가 주민들에게 절실히 필요한 음식을 나눠주었고 그 교회 성도들은 감사의 마음을 표현했다고 간단히 기록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미르니 지구의 한 교회는 지난 5월1일 일요일에 세 사람이 회개하고 주님께 돌아왔다고 전했다”며 “또 다른 보고서에는 리보베레즈니 구의 한 교회 건물이 폭파된 사진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내용은 그 동안 그 교회를 위해 기도해 온 모든 성도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이었다. 또 다른 보고서에는 성도들로 가득 찬 작은 예배당에서 아름다운 특별 찬양을 드리는 여성 성도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도 포함되어 있었다. 극심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회개하고 감사와 찬양을 올려드리며 신실하게 예배하는 것은 주님을 더 기쁘시게 하는 예물”이라고 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기독교인 긴급 구호 프로젝트에 동역하고자 하는 교회나 성도는 아래 방법 중 한 가지를 이용하면 된다.

웹사이트: www.vomkorea.com/donation (납부유형 ‘순교자 및 수감자가정 지원사역’ 선택)  
계좌이체: 국민은행 463501-01-243303 예금주: (사)순교자의 소리 (성명 옆에 ‘우크라이나’라고 기입. 그렇지 않으면 일반 후원금으로 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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