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시기에도 현재 상황 이용해 복음 전하기로 결정했다”

폴루닌 목사 부부. /VOMK
폴루닌 목사 부부. /VOMK

지난 2월 24일 이전, 빅토르 폴루닌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의 ‘하나님 은혜의 복음 교회’ 목사였다. 그러나 이제 폴루닌 목사 부부는 ‘하나님 은혜의 복음 교회’ 그 자체가 됐다. 

10일 한국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K) 현숙 폴리 대표는 “전쟁이 일어나기 전 폴루닌 목사님의 교회는 성도가 70명 정도로 매우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며 “그 교회에는 찬양팀과 가정사역팀 및 제자훈련팀이 있었고 중앙역 인근의 노숙자와 빈민에게 음식을 제공하는 사회봉사팀도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난 2월 24일 전쟁이 일어난 뒤, 모든 것이 바뀌고 말았다. 현숙 폴리 대표는 “폴루닌 목사님의 교회 교인들은 처음에 키이우를 떠나 비니차 지역과 트란스카파티아 지역으로 대피했고, 그런 다음에는 아예 우크라이나를 떠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렇게 3주가 지난 뒤에는 교인 6명만이 키이우에 남아 자원봉사와 사역과 민방위 활동에 참여했다.

/VOM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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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이 모두 피난을 떠난 상황에서, 폴루닌 목사 부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해야 했다. 폴루닌 목사는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사항들을 모두 고려해 보았고, 어떠한 선택도 다 위험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며 “하지만 우리 부부는 키이우에 남아, 어려운 시기에도 교회는 이웃을 떠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현재 상황을 이용해 복음을 전하기로 결정했다”고 VOMK에 전했다. 

VOMK에 따르면 지역 주민들이 종종 사회봉사 기관들의 추천을 받아 음식과 의약품을 얻기 위해 폴루닌 목사 부부를 찾아오기 시작했고, 목사 부부는 음식과 위생용품 및 어린이 용품과 의약품을 배달하기 시작했다. 

폴루닌 목사는 “이곳에는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하고 방치된 노인과 스스로를 돌보지 못하는 노인들이 있다”며 “모두가 떠나버렸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할머니를 돌봐 줄 사람이 없고 또 다른 할머니는 등이 굽어 가게에 갈 수 없다. 우리는 아들과 손자를 모두 우크라이나 군대에 내보낸 노부인이 약을 살 수 있도록 도와줬다. 제 아내는 이 모든 노부인들과 함께 기도했다”고 전했다.

폴루닌 목사 부부는 전쟁의 와중에 스스로를 보살필 수 없는 가족과 노인과 장애인을 도와주었다. /VOMK
폴루닌 목사 부부는 전쟁의 와중에 스스로를 보살필 수 없는 가족과 노인과 장애인을 도와주었다. /VOMK

VOMK는 폴루닌 목사 부부를 '녹색순교자'로 지정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교회사 초기, 기독교인들은 다양한 종류의 순교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며 “‘빨간색 순교자’는 신앙 때문에 폭력적인 죽임을 당하는 기독교, '흰색 순교자'는 세상이 나를 위해 만들어 놓은 문화, 가치, 목표에 죽는 기독교인, 그리고 '녹색 순교자'는 매일 자신을 부인하고 자신의 꿈, 계획, 목적, 가치에 죽는 기독교인”이라고 설명했다.

폴루닌 목사 “저와 아내가 피난을 가지 않고 남아 이웃을 섬기기로 결정하자 키이우에 남아 있던 주민들이 큰 힘을 얻었다”며 “많은 사람이 우리를 걱정하며 피난을 떠나라고 했지만 우리는 남기로 했다. 그러한 우리의 의지는 그것이 바로 교회를 섬기는 사역자들의 본분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줬다”고 했다. 

그는 “피난을 가지 않고 계속 남아 교회 사역을 하면 살해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아내와 의논했었다”며 “우리는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오히려 고통스럽고 잔인한 경험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일을 당하지 않게 해달라고 주님께 기도하고 있다”고 했다.

VOMK에 따르면 폴루닌 목사 부부는 키이우에서 다른 지역으로 대피한 교인들과 계속 접촉하며 함께 기도하고 예배를 드리는 중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그들은 일주일에 몇 번씩 온라인 모임을 하면서 국가를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피난을 떠난 주민과 남아 있는 주민 사이의 연결점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전했다.

폴루닌 목사 사역팀이 키이우에 남아 있는 주민들에게 나눠줄 음식과 생필품이 담긴 봉지를 승합차에 싣고 있다. /VOMK
폴루닌 목사 사역팀이 키이우에 남아 있는 주민들에게 나눠줄 음식과 생필품이 담긴 봉지를 승합차에 싣고 있다. /VOMK

폴루닌 목사는 “성도들 대부분이 돌아오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하지만, 돌아오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 같다”며 “저는 1998년부터 지금까지 교회를 섬기고 있다. 아마 우리는 처음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지금 새로운 교회가 형성되고 있다. 한편으로는 슬프지만 동시에 기쁘기도 하다. 전에 우리 교회는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것이 다시 시작되었으니 우리의 모든 경험을 사용하여 새로운 사명을 감당하려고 한다”고 했다.  

VOMK에 따르면 폴루닌 목사 부부는 이미 새로운 사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들은 현재 살고 있는 집을 창고로 사용하고 있는데, 더 많은 주민들을 섬기기 위해 창고를 더 얻으려고 하는 중이다. 폴루닌 목사는 “우리는 최악의 시기를 준비하고 있다”며 “구약에 나오는 요셉의 본을 따라, 현재의 사역 뿐 아니라 특히 가까운 미래에 닥칠 어려운 사역을 위해 음식과 의류를 비축하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한편 VOMK의 ‘우크라이나 기독교인 긴급 구호 프로젝트’에 동역하고자 하시는 한국 교회나 성도는 아래 방법 가운데 한 가지를 이용할 수 있다.

웹사이트: www.vomkorea.com/donation(납부유형 ‘순교자 및 수감자 가정 지원 사역’ 선택)

계좌이체: 국민은행 463501-01-243303 예금주: (사)순교자의 소리 (본인 성명 옆에 ‘우크라이나’라고 기입. 그렇지 않으면 일반 후원금으로 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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