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전직 국정원 요원 친목모임 '양지회' 前 회장 송봉선 ③

간첩 적발 건수부터 비교 불가...상부 연계선까지 추적이 '기본'
경찰은 공개 조직...비밀공작과 같은 대공 수사를 할 수 있게나

2006년 1월 비밀리에 중국을 찾은 김정일이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이 회담의 통역을 맡은 中공산당 간부는 회담 내용을 국정원에 전달했다가 적발돼 처형당했다. /연합
2006년 1월 비밀리에 중국을 찾은 김정일이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이 회담의 통역을 맡은 中공산당 간부는 회담 내용을 국정원에 전달했다가 적발돼 처형당했다. /연합

송봉선 전 양지회 회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서훈 당시 국가정보원장을 만났다. 이때 서훈 국정원장은 송 전 회장에게 대공 수사 조직 유지를 호언했다. 하지만 그 말은 지켜지지 않았고 국정원 대공 수사 인력 대부분이 자리에서 물러났다. 송봉선 전 회장은 이어 "경찰 혼자서는 국경을 넘나드는 대공 수사를 할 수가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국정원은 다양한 채용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잘 알려진 7급 별정직 채용을 보통 ‘정규 채용’이라고 한다. 송봉선 전 회장은 정규 10기, 서훈 전 국정원장은 정규 17기다.

송 전 회장은 양지회 회장일 당시 서훈 국정원장과 강남 모처에서 식사를 했다. 이때 송 전 회장이 "국정원 대공 수사권을 유지해야 한다"고 역설하자 서훈 원장은 대공 수사 인력이 있는 건물을 가리키며 "선배님, 저 조직이 사라지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라고 호언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대공 수사 인력이 사라지는 게 아니라 수갑을 채우는 직전 단계까지는 다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2018년 말 대공 수사조직을 사실상 해체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공 수사 요원들도 대부분 그만두거나 타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심지어 서훈 국정원장이 당시 청주 간첩단 수사를 막았다는 언론 보도가 올해 1월 나왔다. 이는 국정원 대공 수사권을 폐지하고 대신 경찰이 대공 수사를 맡는 문제와도 직결돼 있다.

송봉선 전 회장은 "과거 간첩 적발 건수를 들쳐 봐도 국정원 적발 건수가 경찰의 몇 배에 달한다"면서 "(대공 수사 역량은) 비교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송 전 회장은 "간첩이라는 게 무슨 휴전선 넘나들면서 사진 찍고 이런 게 아니다"라며 국경을 넘나들며 정보를 수집하고 수사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대공 수사가 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경찰은 공개조직인 데 반해 국정원은 비밀정보기관이라는 점에서 대공 수사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송 전 회장은 1967년 7월 동백림사건부터 2013년 8월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과 RO 조직 사건 등을 언급하며 "대공 수사는 하부 조직만 잡는 게 아니라 그들의 상부 연계선까지 추적해 잡는 것이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동조 세력이 수집·보고한 국내 정보가 북한 내부로 어떻게 흘러 들어가고 어떻게 확산하는지를 추적해야 제대로 된 대공 수사라고 설명했다.

대공 수사는 동시에 기밀 유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송봉선 전 회장은 지적했다. 북한 내부에서 우리 측 정보가 어떻게 어디까지 흘러가고 확산하는지를 확인할 때는 대북 정보 수집과 대북 공작 역량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2005년과 2006년 김정일과 후진타오 당시 중국 국가주석의 회담 내용을 국정원에 제공했다가 처형당한 중국 공산당 간부 사례를 소개했다.

조선족 중국인으로 통역을 맡았던 공산당 간부는 김정일과 후진타오 간 은밀한 대화 내용을 국정원에 모두 제공했다. 그런데 회담 내용이 우리 측에 알려졌다는 사실이 새 나가면서 북한과 중국 방첩조직이 역추적을 했다. 결국 회담 내용을 제공한 공산당 간부는 처형당했다.

송봉선 전 회장은 이를 언급하며 "이런 일을 공개 조직인 경찰이 비밀리에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단적인 예로 언론이 강력 사건 피의자 검거를 보도할 때 경찰관 얼굴이 모두 공개되는데 어떻게 비밀공작과 같은 수준의 대공 수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는 이어 "경찰 내부에서는 대공 수사를 맡는 보안 분야가 ‘쉴 수 있지만 진급은 어려운 곳’으로 여겨지고 있다는 경찰서장 친구의 말도 들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송 전 회장에 따르면, 대공 수사와 관련해 국정원 내부에도 오래전부터 불만이 존재했다. 국정원이 간첩을 검거하면 그 공로가 수사 부문에만 돌아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간첩을 추적·검거하기 위해서는 대북 정보·공작, 해외 정보·공작 분야 요원의 협력이 필수인데, 외부와의 연계하는 수사 요원들이 훈장부터 대통령 표창까지 모든 공을 차지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설명이었다. 이런 관행 때문에 대공 수사를 하면서 수사 분야와 대북 정보 수집, 해외정보 수집 및 공작 분야 간의 공조가 필요할 때 잡음이 생기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고 송 전 회장은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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