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文 알박기 인사들...'그들'만의 왕국 위해 죽기 살기로 저항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블록 첫 출항식에서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오후 전북 군산시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에서 열린 선박 블록 첫 출항식에서 권오갑 HD현대 대표이사 회장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

윤 대통령은 지난 1월 30일 금융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소유분산 기업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자들이 투자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해 주주와 기업의 이익 추구, 성장, 투명한 경영 등을 이끌어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날 윤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코드 발언은 KT나 포스코 등 공사에서 민간기업으로 전환된 소유분산 기업에 대해 국민연금 등 기관 투자자들이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자기들만의 성을 쌓고 있는 이사진이나 기관장의 셀프 연임을 막겠다는 의지로 읽혔다.

윤 대통령의 의지는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금융기관장의 셀프 연임이 저지된 것에서 확인된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에는 강석준 전 의원이, NH농협금융지주에는 기재부 차관과 국무조정실장을 역임한 이석준 전 실장이, 기업은행에는 김성태 행장이 취임했다. 또, 손태승 회장의 셀프 연임이 저지된 우리금융지주회장에는 임종룡 전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내정되었다.

이에 따라 각 금융사의 이사진과 사외이사진에서도 대폭적인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이 같은 의지는 셀프 연임을 선언한 KT와 임기 지속을 표명한 포스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당장 KT 이사회는 구현모 회장의 셀프 연임을 포기하고 백지상태에서 새 회장의 후보를 선출하는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결정했다. 또 사내 성추행 사건과 태풍 힌남노에 대한 부실 대응으로 위기에 몰린 최정우 포스코 회장의 거취도 관심이다.

그 중 KT 구현모 회장은 정치인 쪼개기 후원으로 2심 재판에서 1심과 같이 유죄가 인정되어 1000만 원 벌금형을 받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쌍둥이 동생 구준모의 부실 회사를 현대차가 매입하게 해주면서 현대차에게 편의를 제공했다는 배임 혐의가 불거져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또 조선중앙TV 방송 내용을 그대로 내보내고 미화한 통일TV를 262번 채널로 승인해주었다가 연임에 부담이 되니까 갑작스레 채널승인을 취소한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구현모 회장의 연임 과정이 투명하지 않다"며 셀프 연임 반대를 표명한 것도 부담이다. 이래저래 구현모 회장에게는 탈출구가 필요했고, 이것이 회장 재공모로 나타난 셈이다.

그런데, 문제는 소유분산 기업에 포진된 알박기 인사들이다. 노무현 정권의 인사인 이강철 이사(임원추천위원회 위원장)가 사퇴를 했지만, KT 안에는 노무현 문재인 정권의 알박기 인사들이 수없이 포진되어 있다. 구현모 회장이 셀프 연임을 포기하고 싶어도 이들이 놓아주질 않는다는 것이다.

자유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KT그룹에는 이강철 이사뿐 아니라, 김대유(전 노무현 청와대 경제정책수석)와 유희열(전 노무현 과학기술평가원장, 문재인 캠프참여)과 구현모 회장이 심어 놓은 이사들이 가득하다.

또, KT 자회사인 스카이라이프 사외이사에는 김용수(전 문재인 과기차관), 정영무(전 한겨레신문 사장), 한상익(민주당 민주연구원)이 있다. KT CS의 사외이사에는 윤원철(안희정 충남도 정무부지사), 최재왕(문재인 선대위 공보특보)가 있고, KT IS 사외이사에는 정종숙(민주당 정책위 부의장)이 있다.

이외에도 이강혁 KT BC카드 마케팅 부문장(이강철 동생), 오광훈 ENA 방송본부장(오홍근 노무현 국정홍보처장 아들) 등이 포진되어 있다. 사실상 정보통신의 중추기업인 KT가 노무현, 문재인 정권 인사들의 ‘호주머니 기업’이 되었다.

이들은 회장 재공모 과정에서 외부 자문단이 추천 인사를 압축하고,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절차를 이용해 구현모 회장의 연임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 구현모 회장의 법적인 리스크(정치자금법 위반, 배임, 제3자 뇌물, 국가보안법 위반)로 정보통신의 중추기업인 KT의 경영이 표류하든 말든 자기 밥그릇을 지키고 보겠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알박기 인사들의 죽기살기식 저항을 어떻게 진압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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