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로 방치된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백성들은 성경을 귀하게 여겨
전투 벌어지는 최전방에서 신실한 증인의 사명 계속 감당하는 이들

우크라이나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의 노사쵸프 목사가 집과 교회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기회로 삼아 인근 지역 성도들을 심방해 격려하고 있다. 이날 노사쵸프 목사는 우크라이나 징코프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식량을 나눠줬다. /VOMK
우크라이나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의 노사쵸프 목사가 집과 교회에서 떠날 수밖에 없었던 시간을 기회로 삼아 인근 지역 성도들을 심방해 격려하고 있다. 이날 노사쵸프 목사는 우크라이나 징코프로 이주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식량을 나눠줬다. /VOMK

지난 7월 초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 리시찬스크가 러시아 군대와 친러 분리주의 동맹 세력에 의해 함락되었을 때, 그 지역 6개 개신교 교회 사역자들은 피신할 수밖에 없었고 현지에 남은 성도들은 지하로 내몰렸다. 그중 가장 큰 개신교 교회인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는 러시아 당국에 몰수됐다. 그러나 이 교회들은 당시 교회 옆에 위치한 이웃집 마당에 관심을 쏟지 않을 수 없었다. 러시아 당국자들이 그 교회 소유의 모든 성경을 포함한 모든 책들을 이웃집 마당에 내던져 무더기로 쌓아 놓았기 때문이다.

11일 한국 순교자의소리(Voice of the Martyrs Korea, VOMK)는 이같은 소식을 전하며 “당시 그 도시에 남아있던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의 일부 여성도들이 버려진 성경책을 회수하는 임무를 은밀히 시작했다. 모든 성경책과 도서를 회수하여 앞으로도 사용할 수 있도록 안전한 장소로 옮겨 보관하는 것이 성도들의 목표였다”고 밝혔다.

현숙 폴리 VOMK 대표는 “그것은 시간이 걸리는 위험한 작업이었다”며 “점령 당국은 교회 건물 전면에 러시아 국기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국기를 게양하고, 군사 및 민간 정부의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 교회 건물을 보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보수 공사에는 건물 첨탑에서 십자가를 철거하는 계획도 포함돼 있었다. 이웃집 마당에서 매일 조금씩 성경책을 회수하는 사역은 매번 시도할 때마다 위험이 뒤따랐을 뿐 아니라, 기독교인을 감금하고 심문해 온 점령 당국에 의해 기독교인이라는 사실이 발각될 위험도 수반됐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당국에 의해 버려졌던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의 성경·책들(왼쪽)과 교회 여성도들에 의해 다시 회수되고 분류된 성경·책들(오른쪽). /VOMK
러시아 당국에 의해 버려졌던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의 성경·책들(왼쪽)과 교회 여성도들에 의해 다시 회수되고 분류된 성경·책들(오른쪽). /VOMK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의 담임 노사쵸프 목사는 “지난 2014년 이 도시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의 통제하에 놓이게 되었을 때 많은 기독교인이 떠났지만, 200명 이상의 성도가 6개 교회에 남아 서로 교제하고 봉사하며 다른 주민들을 돕고 있었다”며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주민들은 교회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그런데 러시아인들이 우크라이나에 들어오자 주민들이 즉각 기독교인을 신고하고 기독교인들이 사는 곳을 당국에 알려줬다”고 VOMK에 전했다.

노사쵸프 목사는 “리시찬스크가 지난 7월 3일 함락된 후, 25명에서 30명의 기독교인이 다양한 이유로 리시찬스크에 남아 있었다”며 “사역자들이 이곳을 떠난 이유는 사역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남아 있었다면 그냥 살해당했을 것이다. 2014년에 리시찬스크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통제하에 놓이게 되었을 때에도 계속 남아 사람들을 섬겼지만 당시에는 도시에 러시아 병사들도 없었고, 그들이 지금처럼 잔인하게 행동하지도 않았다”고 현지 상황을 밝혔다.

VOMK에 따르면 노사쵸프 목사는 지난 7월 초 러시아 군인들에 의해 자택을 샅샅이 수색당했다. 노사쵸프 목사는 당시 상황에 대해 “창문들이 모두 깨져 있었다”며 “사역자들도 가족들을 데리고 전부 떠났다. 그래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사역자들은 도시로 가서 인도적 구호품을 베포하면서 사람들을 돕고 대피시켰다”고 설명했다.

자유유럽방송(Radio Free Europe)의 8월 보고서에 따르면 리시찬스크 주민 10만 명 가운데 80%가 피난을 간 것으로 추정된다. 리시찬스크가 대대적으로 파괴됐기 때문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리시찬스크와 그에 인접한 도시 세베로도네츠크를 가리켜 “죽은 도시들”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최근 우크라이나 군대가 리시찬스크 주변 영토를 탈환하고 리시찬스크로 다시 진격하며 러시아와의 치열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점령 당국은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건물을 몰수한 뒤, 건물 전면에 러시아 국기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국기를 게양했다. /VOMK
러시아 점령 당국은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 건물을 몰수한 뒤, 건물 전면에 러시아 국기와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국기를 게양했다. /VOMK

VOMK에 따르면 러시아 당국은 리시찬스크 교회 건물을 우크라이나의 루한스크 지역을 러시아에 합병하는 사안에 대한 국민투표 장소로 이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학소 리시찬스크 기독교 센터의 여성도들은 교회 옆집 마당에 무더기로 버려져 있던 성경책과 도서 상당수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숙 폴리 대표는 “교회 건물이 몰수되고, 사역자들이 도시 밖으로 추방되고, 도시 대부분이 폐허로 방치된 상황에서도 하나님의 백성들은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을 귀하게 여겼으며 전투가 벌어지는 최전방에서 신실한 증인의 사명을 계속 감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VOMK는 전쟁 속에서도 신실하게 증인의 사명을 감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지역 교회 성도 및 개별 기독교인을 긴급 지원하고 있다. 사역에 동역하고자 하는 교회나 개인성도는 아래 두 가지 방법 중 하나를 이용할 수 있다. 

웹사이트:www.vomkorea.com/donation (납부유형 ‘우크라이나 긴급후원’ 선택)       계좌이체:국민은행 463501-01-243303 예금주: (사)순교자의 소리
(본인 성명 옆 ‘우크라이나’라고 기입. 그렇지 않으면 일반후원금으로 사용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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